[어떻게 생각하세요] 도대체 부산국제영화제에 무슨 일이 생겼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대체 부산국제영화제에 무슨 일이 생겼나

기사승인 2016-02-18 09:00: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칼을 빼 든 부산시는 결국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해촉했습니다.

지난 13일 부산시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정기총회 일정을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부산시와 계속해 갈등을 빚던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사실상 해촉한 것이죠.

이번 정기 총회에서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면 지금처럼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가 지속되고, 다른 사람을 선임하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새로운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구축할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기총회가 잠정 보류되자 이달 말에 임기가 종료되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자연스럽게 부산영화제를 떠나게 됐습니다. 부산시가 일종의 꼼수를 동원해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채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것이죠.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이 시작된 건 2014년부터입니다. 당시 부산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을 상영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줄이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갈등은 지난해에도 이어졌습니다. 배우 강수연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무사히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치른 이후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무국장 등을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동안 ‘보복’이란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영화제 측은 참지 못하고 “부산시의 의도는 ‘다이빙 벨’ 상영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부산시의 입장은 다릅니다. 지난 16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 관계자는 “이용관 위원장은 공동 집행위원장 3년, 단독 집행위원장 6년 등 9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해 이미 할 만큼 했다”며 “이 위원장 체제에서는 부산영화제의 변화와 혁신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부산영화제 협찬금 중개수수료 회계 집행 누락 등 공금 횡령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한 사람을 어떻게 재선임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지난달 23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 국내에서 열리는 5개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빌미로 부산시가 보여준 행태,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외압과 검열,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과 검찰 고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영화인들도 세계 곳곳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모인 50여 명의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자유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고 운영되는 조직”이라며 “어떤 영화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엄격한 통제와 간섭을 부산국제영화제가 받고 있으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헌신해 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마음을 담은 지지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지난 14일 150여 명의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는 행사를 개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수호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죠.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2004년 이후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걸어온 내리막길이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김홍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촉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조직위원회 측은 김홍준 위원장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으로 임명돼 영화제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 개막식에서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홍건표 부천시장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얘기가 영화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죠.

영화제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의 “다시 그 상황이 온다고 해도 ‘다이빙 벨’을 상영작으로 선택하시겠나”라는 질문에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상영은) 위원장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들, 선정위원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침해하지 않는 것을 묵계나 규칙으로 삼아왔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집행위원장이 바뀌고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영화만 상영된다면 과연 전처럼 많은 사람이 부산을 찾게 될까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꼭 갈라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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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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