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며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감염이 또 다시 발생했다. 특히 95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도대체 왜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더욱이 이번에는 환자수도 더 늘어났기에 보건당국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꼴이 됐다. 이번 한양정형외과의원 집단감염 사건은 작년 4월~7월에 C형간염 감염 의심환자 14명의 신고로 시작됐다. 하지만 추가민원이 접수된 11월이 돼서야 보건당국은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고, 자가혈 주사시술(PRP)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결국 1차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자가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렇다보니 복지부의 전반적인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과장은 “4월 조사 당시에는 환자별로 주사기 외에 다른 유형도 보였고 시술한 날짜도 겹치지 않아서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의원 측에서는 주사기 재사용에 대해 계속 부정하는 상태다보니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심평원 자료를 준비하고 재검사를 하려고 할 시기에 재청권이 들어와 그 시기가 겹치게 됐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이번 조기에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감염자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 과장은 “물론 사전에 내원자를 줄이는 등 통보나 위험요소 등에서 좀 더 빠른 대처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의원은 작년 5월에 폐업한 상태였고, C형간염은 메르스처럼 사람 간에 전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의 시점으로 인해 감염자가 급진적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복지부는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인 신고 접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익신고에만 의존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서기관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공익신고를 1달간 시행 후 가능하다면 연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의심기관, C형간염 감염자가 내원한 곳 등을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3월~5월 중, 빠르면 이달부터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의 한계점 보완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6만개의 의료기관 중 특히 1차 의료기관 관리사항은 당연히 보건소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보건소를 비롯해 복지부, 공단 등의 홈페이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콜센터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박 서기관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지난 다나의원 감염자를 포함해 이번 감염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5일 감염자 치료와 확실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 피해자들의 신속한 치료”라고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 대표는 “C형간염도 중한 질병에 속해 빠른 치료가 진행돼야 하는데, 치료제 비용이 너무 고가다보니 문제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다나의원 사건 당시 피해자 중 제일 적합한 케이스 3건을 선정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손해배상대불제도를 신청했으나 보상상황이 거의 3개월에 걸쳐 더디게 진행됐다. 이렇다보니 피해자 중에는 신약을 기다리지 못하고 보험 적용되는 약을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 신약에 비해 복용기간은 길고 완치율은 낮다. 따라서 신약의 보험급여가 절실하다.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다른 문제들보다도 우선적으로 신속한 피해자 보상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료인의 자질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본질적인 원인 제공은 비윤리적인 의료시술을 서슴지 않는 의료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1회용 주사기 등 의료용품 재사용으로 심각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양정형외과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다나의원 원장에게는 복지부가 3개월간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고작인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의 회원자격 정지 여부에 대해서 의협 대변인은 “규정 절차상 아직 공식여부를 결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계속 진행 중이며 징계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한양정형외과 사건과 관련해서는 “의료용품 재사용에 대한 위험성이나 보건위생 교육을 강화해서 하고 있으며, 자율징계권 외에도 개인적인 징계여부도 윤리위원회에 재소해서 기타 필요한 징계절차를 요청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는 국민과 환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며, 보건당국은 계속되는 집단감염 사태에 땜질식 처방이 아닌 정면돌파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yes22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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