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지난 2일 신촌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하진영씨가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2002년 영남제분 회장의 아내였던 윤길자(71)씨는 사위의 불륜을 의심, 이종사촌 사이인 여대생을 청부 살해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각종 병명으로 허위진단서를 끊어 수차례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내 사실상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대중의 공분을 사자 윤씨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호화 병실 생활을 도운 남편 류원기(70) 영남제분 회장과 윤씨의 주치의 박병우(58) 세브란스 병원 교수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을 구속기소 했지만 2심에서 류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박 교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윤씨는 현재 소수의 모범수가 직업훈련을 받는 화성의 한 직업훈련교도소에 수감,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 1인 시위에 나선 하씨는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신 ‘영남제분 청부살해 사건’ 피해자 고(故) 하지혜(사망 당시 22세)씨의 친오빠입니다.
지난달 어머니까지 잃은 그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세브란스 병원, 화성 직업훈련교도소, 영남제분 등을 돌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장례를 치른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하씨가 상복 차림으로 시위에 나선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건 발생 후 14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동생의 명예회복이나 한풀이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지혜 사건 자체는 개인의 안타까운 범죄 피해지만, 사실 이건 가진 자들이 돈으로 법을 기만하는 단적인 장면입니다. 제발 좀 높은 사람들이 각성하고 더러운 짓을 안 했으면 하는 바람만 남았습니다.”
세브란스 암 병동 건물 출입문 옆 구석에서 하씨가 피켓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런데….
‘찰칵’
말끔한 양복을 입은 병원 보안 담당자가 나타나 이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열 명이 조금 안되는 보안관이 하씨의 앞을 둘러싸고 섰습니다. 병원은 사유지고, 사유지에서 1인 시위는 불법이니 나가 달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씨는 “병원 안에 들어가 환자 분들께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항변했습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그는 피켓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온 짐들을 정리하기 위해 피켓을 후배에게 넘긴 순간, ‘후배가 하씨에게서 피켓을 받아 들었으니 1인 시위가 아니다’라는 보안 직원의 주장에 일대는 다시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세브란스 측에서 부른 겁니다. 결국 하씨는 병원 사유지 밖으로 나가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병원은 환자를 위한 곳입니다. 그러나 하씨는 건물 출입문 옆 구석에서 조용히 피켓을 들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마저도 병원의 제지로 얼마 못 있어 끝났지만요.
관심을 보인 건 오히려 이곳을 오가던 시민들이었습니다. “영남제분 이야기 맞죠?” “세상에, 이게 아직도 해결 안 됐어?” “아이고.”
세브란스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병원은 윤씨의 호화병실 생활을 가능케 한 허위진단서 발급의 원죄가 있습니다. 벌금형에 그쳤어도 유죄는 유죄입니다.
하씨를 대하는 병원의 처신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는 억울하게 동생을 잃은 것도 모자라 가해자에게 또 그를 도와 같이 법을 기만한 이들에게 상처받은 유가족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의 일부분은 이 병원 소속 의사가 저지른 불법에서 기인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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