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 A군(2012년 사망 당시 7세)의 아버지 최모(33)씨와 어머니 한모(33)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각각 하늘색과 쑥색 수의를 입은 최씨와 한씨가 근심 어린 얼굴로 재판부 앞에 서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판에는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회원 20여명 등 많은 인원이 재판을 참관했다.

최씨와 한씨는 검찰의 공소내용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살인은 강력히 부인했다. 국민참여재판 역시 거부했다.

최씨의 국선 변호인은 “살인에 고의는 없었다”며 “‘피해자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방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자신도 살아오면서 아플 때 별다른 병원 치료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기에 ‘간호하면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방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씨 측 국선 변호인도 “아동학대 부분과 사체은닉 등 모든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한씨 측이 증거 의견을 정리하지 못해 시작한 지 약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특히 재판부가 검찰 측에 “피고인들이 ‘미필적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 등으로 기소됐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성립 요건이나 고의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증거를 신청하라”고 주문하자 한씨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씨와 한씨는 2012년 11월 경기 부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들 A군을 폭행, 사망케 한 뒤 대형마트에서 흉기 등을 구입해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일부는 냉장고 보관했다. 최씨는 시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국장을 사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구속 기소된 이후 최씨는 14차례, 한씨는 9차례 반성문을 써 법원에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5일 오전 11시30분에 열린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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