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시민단체는 왜 CGV의 가격 정책에 반대할까

[친절한 쿡기자] 시민단체는 왜 CGV의 가격 정책에 반대할까

기사승인 2016-03-25 16:02: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이달 3일 시행한 가격차등화 정책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은 CGV에 가격차등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CGV 가격차등화 정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인 요금 인상이라는 점입니다. 요금 인상을 가리기 위해 가격차등화라는 말로 교묘하게 포장한 꼼수 정책이라는 얘기죠.

CGV는 가격차등화 정책을 통해 각 상영관 전체 좌석의 약 20% 정도를 1000원 할인된 이코노미존으로, 약 40% 정도를 1000원 인상된 프라임존으로, 나머지 40%가량을 기존 가격인 스탠다드존으로 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바뀐 것이 없는데 영화 관람에 적합한 좌석에 1000원을 올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좋은 좌석에서 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은 이전보다 1000원을 더 내거나 영화 관람에 적합한 빈 좌석을 내버려두고 상대적으로 싼 좌석을 예매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예매율이 높은 주말에 영화관을 찾는 절반가량의 관객도 이전보다 1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CGV 측은 지난달 26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소비자원의 여론조사’를 가격차등화 정책의 근거로 들며 “65%의 관객들이 좌석 위치에 따라 관람료를 달리하는 차등요금제를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자료 원문을 살펴보면 이들이 찬성한 건 영화 관람이 곤란한 맨 앞좌석의 할인 폭을 확대하는 차등요금제였죠. 시민단체들은 “65%의 관객들이 특정 구역의 요금을 인상하는 차등요금제에는 찬성하지 않았다”며 “CGV가 이번 정책을 억지로 정당화하기 위해, 가격차등화 정책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자료를 엉뚱한 근거로 삼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일반좌석 가격을 상향하려는 것은 가격 인상과 다르지 아니함’이란 사실을 명시했다는 것이죠.

오히려 관객들은 국내 영화표 가격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영화관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1%가 영화표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하며 6606원을 적정 가격으로 꼽았습니다. 이번 가격차등화 정책으로 인한 영화표 가격의 인상 폭은 OECD 자료에 따른 한국의 2015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0.7%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시민단체들은 CGV의 꼼수 정책이 도입될 수 있었던 건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현행 영화관 시장 상황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CGV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까지 멀티플렉스 3사는 전체 스크린 수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업계 1위 CGV가 가격 인상 정책을 시행하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유사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실제로 2014년 CGV가 먼저 주말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하자 한 달 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가격을 인상한 선례가 있습니다.

CGV 측도 할 말은 있습니다. CGV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연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영화 가격 인상에는 유독 민감한 것 같다”며 “영화관의 월세와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있어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다. 대신 평일 낮 시간과 야간 시간의 영화 가격은 인하돼 대학생이나 중장년층 등이 더 싸게 볼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 미국,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영화 가격이 낮다는 점도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불만이 나오는 건 마스킹 문제, 영화 상영시간 내 광고 상영, 스크린 독과점 등 관객들이 느끼는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만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영화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설명했죠. 이번에는 관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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