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반쪽 영화제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동안 영화제 측과 부산시의 갈등을 지켜보던 영화인들이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죠. 하지만 부산시는 문제없다는 태도로 맞서고 있어 영화제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총 9개 영화 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즉각 실행과 부산영화제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와 부산영화제 부당간섭 중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지난 18일 영화인 비대위 측은 “부산시는 비대위가 요구한 세 가지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보도 자료를 통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대위 측은 “2016년 10월6일로 예정된 부산국제영화제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산시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 모쪼록 영화제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20일 오전 김규옥 부산경제부시장은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타뉴스에 따르면 김 부시장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한다는 프레임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부산시는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보이콧을 할 만한 쟁점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김 부시장은 “초청되는 영화의 예술적 영역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되 국가 재정을 지원하는 만큼 공익적인 부분은 관리가 필요하다”며 “20년 동안 부산영화제가 소수에 의해 좌우돼 폐쇄적이란 외부지적이 있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지역성과 독립성을 조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2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제 측은 2014년 서병수 부산시장 겸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으나 상영을 강행한 이후 보복 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끝난 직후인 11월부터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됐고,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검찰에 고발되고 해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부산시 측은 감사는 감사원에 의해 진행된 것이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용관 전 조직위원장을 연임시킬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부산시가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서병수 조직위원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며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갈등이 이어지며 영화제 준비가 더뎌지고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까지 나왔죠. 오는 10월 개최되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대로 영화인 없는 반쪽 영화제로 치러지게 될까요. bluebel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