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檢 수사 직전 가습기살균제 ‘유해 가능성’ 자료 삭제 정황 포착”

“옥시, 檢 수사 직전 가습기살균제 ‘유해 가능성’ 자료 삭제 정황 포착”

기사승인 2016-04-21 11:37:55
쿠키뉴스 자료 사진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되고 있는 영국계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의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적시돼 있는 자료를 검찰 수사 직전에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미 전해진 법인 성격 의도적 변경, 실험보고서 은폐·조작에 이어 새로운 증거 인멸 단서가 나온 것이다.

20일 연합뉴스는 법조계를 인용,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옥시 측이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옥시 측은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시장에 판매해왔다.

당시 SK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MSDS를 첨부해 원료를 공급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를 위해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 등을 담은 자료다.

SK케미칼이 첨부한 MSDS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MSDS는 일반문서 또는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후 민·형사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예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유력한 단서가 될 자료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올 2월 옥시 본사 등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의 MSDS를 옥시 측이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통해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면서 옥시 측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고의로 해당 자료를 없애버린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검찰은 제품이 호흡기로 흡입되면 인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옥시 측이 어느 정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2001년 전후 제품 제조에 관여한 옥시 측 연구원들을 불러 MSDS가 폐기·삭제된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21일 옥시의 전 민원담당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검찰이 올 1월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옥시 홈페이지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들이 대거 삭제된 배경 등이 조사 대상이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를 거쳐 간 최고위 인사 중에서는 신현우(68) 전 대표이사를 우선 소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동양화학공업 계열사 옥시가 영국계 레킷벤키저로 인수되고 PHMG를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출시한 2001년 전후로 회사 대표를 지냈다.

또 2012∼2015년 대표이사를 지내며 사태 대응을 진두지휘한 샤시 쉐커라파카(49·인도)씨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11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든 피해자와 가족분에게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한편으로 피해자 배상을 외면하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책임 소재를 숨기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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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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