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문화토크] 곡성, 미끼 물은 관객의 두뇌를 계속 자극하고 상상하게 한다

[이호규의 문화토크] 곡성, 미끼 물은 관객의 두뇌를 계속 자극하고 상상하게 한다

기사승인 2016-05-16 09:05:55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한국 영화 역사상 맥거핀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이다. 속임수, 미끼라는 뜻의 맥거핀은
히치콕 감독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뜻하며,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버리는 일종의 ‘헛다리 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하거나 노리는 효과는 바로 곡성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영화 곡성은
2시간 30분 가량의 런닝타임 동안 주인공 종구의 주변에 무속인 일광, 외지인, 미스테리한 여성 무명을 로테이션으로 등장시키며 과연 누가 귀신이고, 누가 악마고, 누가 시골마을의 저주를 내린 근본 원인인지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미드포인트를 지나 클라이막스에 가서도 확실한 작가의 중심적 해답을 내놓지 않고 관객의 주의를 끌다가 놓아버리는 조절을 통해 몰입과 이완의 효과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현실적 리얼리티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극명한 사건과 비인간적인 행태를 그려낸 지난 두편의 영화 추격자와 황해와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리얼리즘보다는 공포, 슬픔,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담아내면서 “신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신은 왜 우리에게 이렇게 힘든 시련을 주는가”, “왜 누구는 피해를 입고 누구는 죽어야만 하는지, 그렇다면 신은 선인가, 악인가?”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과 인간과 신에 대한 상호작용을 도심이 아닌 미스터리하면서 산안개까지 자욱하게 깔린 어둑한 분위기의 시골마을 곡성을 통해 미장센을 완성시켰다.

곡성에서는 영화 초반부터 '미끼'라는 단어가 강조된다. 낚시에서 미끼가 의미하듯이 그 미끼는 우리 인간이 한평생을 살면서 선택해야만 하고 때론 선택당할 수 도 있는 과정일 것이다. 미끼를 잘못 물으면, 인간은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낚이게 된다. 영화에서의 미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속성이자 운명인 것이다.

영화 곡성은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풍비박산이 난 시골마을에서 주인공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의 1인칭 시점으로 관객들을 흡입하고 끌어당긴다. 딸을 필사적으로 살리기 위해 부성애를 보이는 종구는 흉흉한 마을에 저주를 내리고 마을사람들을 하나둘씩 죽게 만드는 범인이 누구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관객 역시 외지인인지, 무명인지, 일광인지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범인이 누구인지 계속 두뇌를 자극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무명이 범인이지?”, “외지인이 일광과 한 패 인가봐?"”

이런 효과에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루고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샤머니즘, 엑소시즘, 동양과 서양의 종교 묘사가 극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안정된 플롯에 적절히 혼합되어 작품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곡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장센일 것이다.

인간과 신이 함께 살아가고 공존하는 모습을 줄 수 있는 공간 선택이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으로 엿보인다. 공간 못지않게 플롯 구조를 탄탄히 지켜내는 강렬하고 독창적인 캐릭터 구축도 빽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비현실적 미스테리한 여성 무명(천우희 분)은 전형적인 한국 귀신의 상징을 담아낸 듯 보이며,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은 영화 대사에서도 나왔듯이, 서서히 정체불명의 의심스러운 악마의 모습을 그려내며 인간과 신의 매개 역할을 하는 신부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는 종구의 시선을 따라 주변인물을 계속 의심하고 혼동하며 균형감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낸다. 마치 두려움과 의심을 품은 채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지 혼동하는 우리 인생의 모습과 종구의 모습은 크게 다를 게 없다.

곡성은 기존의 액션이나 추격전 같은 빠른 스피드로 쾌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미끼를 제공하며 심리적으로 덥석 물을 것인지, 놓을 것인지를 관객 스스로가 결정하고 혼돈하게 만드는 심리적 미스테리 스릴러다. 관객이 계속 의구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고 혼돈하게끔 논쟁을 불러일으킨 스토리텔링, 곡성은 이미 반 이상이 성공한 영화이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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