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이용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가습기 사용을 중단한 가구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잦은 호흡기 감염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실내에서 가습기 사용을 권장하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가습기 사용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사용해도 될까요’라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마다 이 교수는 “가습기살균제가 좋지 않은 것이고, 건조한 날씨에는 가습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고 한다.
실내 공기가 덥고 건조하게 되면 호흡기 감염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용주 교수는 “기관지 점막(가래)은 95% 정도가 수분으로 되어있는데, 이 기관지 점막의 중요 역할은 공기의 습도를 100%까지 올려주는 것과 기관지까지 침투해 들어온 외부 물질(먼지,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붙잡아두는 것이다. 만약 평소보다 건조한 공기가 우리 몸에 유입되게 되면 기관지 점막의 수분 함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가래 배출이 잘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호흡기 감염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기동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습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용함에 따라 그 제품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가습기를 올바르게 잘 사용한다면 호흡기 질환, 감기, 기관지염 등 아이들이 잘 걸리는 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가습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거나 위생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독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용주 교수는 “실내 공기가 너무 습하면 곰팡이, 세균, 집먼지진드기 등의 증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건조하지 않은 계절에는 가습기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즉 가습기를 제때에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습기의 위생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하루에 1번씩 가습기를 세척하고 건조시켜 사용해야 한다. 고기동 교수는 “가습기를 사용하다보면 광물질이라 하는 하얀 때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때를 없애기 위해서 살균제 대신 식초와 같은 약산성 성분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가습기를 너무 가까이 두고 사용하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사람과 3m 이상 떨어뜨려 사용해야 한다. 만약 아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화상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가열식보단 초음파식 가습기가 좋다.
단 초음파식은 물을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세균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을 끓여서 식힌 후 사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가습기 대신 습도를 올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이용주 교수는 “빨래를 많이 널어두거나 큰 어항을 두거나, 습도 유지에 도움이 되는 식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습도를 충분히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습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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