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스물 일곱 살 주현이는 “한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이 27세의 딸을 둔 부모님은 밖에서 자식이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맨날 쟤는 뭐하냐고 물어보시고…”하고 말을 흐리는 주현이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 일명 ‘워홀’을 다녀온 지 1년이 넘었다.
‘홀리워킹데이’(감독 이희원)는 호주로 인턴십을 떠난 감독 이희원이 만난 수많은 한국의 워홀러, 즉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들을 날것의 모습 그대로 담는다. 한 해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20개국에 날아가는 한국의 청춘은 약 5만 여명. 이 중 3만 여명이 호주로 향한다.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어올 수 있다는 호주의 워킹 홀리데이는 정말 그렇게 한국의 청춘들에게 열린 나라일까.
‘홀리워킹데이’가 비추는 워킹홀리데이는 ‘홀리(Holy)’한 노동을 추구하는 제목과는 달리 힘겹기만 하다. 감독을 비롯한 4명의 청춘들은 1년의 계약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1년을 다시 연장할 수 있는 ‘세컨비자’를 따기 위해 호주의 농장으로 향한다. 호주에서도 오지에 있는 농장들에서 88일의 노동기간을 채우면 다시 1년을 호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구하는 것부터 난항이다. 희원, 주현, 종대, 종현은 차를 타고 호주의 동부를 몇 시간씩 돌아다닌다. 길게는 5시간까지 걸리는 길을 왕복하며 블루베리 농장에 순번을 서고, 비는 날들에는 딸기 농장에서 임시 노동을 한다.
그러나 비자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급해진 이들은 가장 혹독하다는 양파 농장으로 향한다. ‘개(犬) 토나오는 곳’이라는 게톤 지역의 농장에 도착한 희원과 주현, 종현과 종대는 “내가 왜 세컨 비자를 따야 하지?” “세컨 비자를 따서 호주에 남아서 대체 뭘 하려고 하지?” 하는 의구심과 한국에 돌아가도 할 것이 없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것뿐일까. 하루에 수천 개의 양파를 수확해도 체류비를 충당하기가 어렵다. 정신적 고통과 호구지책 마련에 시종일관 시달린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든 감독 희원까지도 카메라를 이따금 놔버리곤 한다.
영화는 큰 교훈이나 워킹홀리데이를 해야 할 설득력, 혹은 노동의 신성함 같은 것들을 논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이가 차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 이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다룬다. 이 객관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감을 형성한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무지했던 관객들까지도 몰입해 어느 새 웃고 있다.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