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장기하 밴드의 서툰 사랑 노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노련한 장기하 밴드의 서툰 사랑 노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기사승인 2016-06-15 22:39:13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2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수록된 열 곡 모두 사랑 노래다. 좀처럼 사랑에 관한 노래를 하지 않았던 밴드가 사랑 노래만 음반에 담았다니 호기심이 들지만 쉽게 예상은 되지 않는다. 음반명은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다. 노련하지 않은 사랑 노래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가 무엇일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15일 오후 4시 서울 이태원로 스트라디움에서 네 번째 정규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의 발매 기념 음감회를 마련했다. 직접 연주를 하는 무대를 갖는 대신 멤버들과 함께 새 앨범의 수록곡을 듣고 노래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었다.

본격적인 음감회를 시작하기 전 장기하와 얼굴들의 뮤직비디오 중 최초로 외부 감독이 연출한 ‘빠지기는 빠지더라’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에게 힘을 실어줬던 1집 ‘싸구려 커피’ 뮤직비디오가 떠오르지만 촌스럽지 않다. 코믹하면서도 마이너한 감성을 표방하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촌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재 장기하와 얼굴들이 서있는 지점을 잘 설명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앨범 수록곡은 담백하면서도 위트 있는 멜로디의 연속이다. 무심결에 들을 때는 이것이 사랑 노래인가 싶지만 가사를 다시 보면 분명 사랑 노래다. 

장기하는 음반명과 동명인 1번 트랙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에 대해 “내가 연애 상담을 무척 잘 한다”며 “하지만 실제 내 사랑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모두가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하는데, 자기 입장이 됐을 때는 좌충우돌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만든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사랑을 노래하지만, 노련하고 세련된 사랑 대신 서툴고 평범한 감정들에 관한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타이틀곡인 ‘ㅋ’ 또한 ‘ㅋ’이라는 신조어로 표현되는 미묘한 감정에 대해 노래한 곡이다. 장기하는 “‘ㅋ’은 말 같지도 않은 말들 중에서 가장 말 같은 말이다”는 다소 복잡하지만 곱씹으면 이해가 될 만한 말로 타이틀곡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앨범을 관통하는 평범한 사랑의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대중은 자연스럽게 한 곳을 떠올릴 것이다. 현재의 연애가 이번 앨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질문에 장기하는 “작년 기사가 나서 공개 연애를 하고있다”며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언급했다. 이어 장기하는 “가사는 모두 픽션이며 실제 경험을 가사에 쓰지 않았다”고 단언했지만 “당연히 지금 제가 연애를 하고 있고 앨범의 모든 곡이 사랑에 대한 노래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아예 무관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는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앨범에 넣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내용을 가사로 쓸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앨범의 가사가 서툰 감정의 보편성에서 비롯됐다면 음악적으로는 산울림과 초창기 비틀즈를 닮고자 했음을 밝혔다. 장기하는 산울림을 “내 음악의 바이블”이라고 표현 한 뒤 “내가 어떤 노래를 만들든 산울림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곡은 한 곡도 없다”고 말했다. 10번 트랙 ‘오늘 같은 날’은 그런 산울림의 영향이 짙게 묻어나는 곡이다.

끝으로 장기하는 “어느 순간부터 꽉 찬 사운드의 음악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그 이상을 하면 과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집을 들어보면 사운드 적으로 여백이 많다. 그래서 가사도 더 잘 들린다. 이제는 비울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앨범이 전작보다 담백해진 이유에 대해 밝혔다. 멤버들 또한 화려한 연주에 치중하기보다 들려주고자 하는 사운드를 담백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장기하 밴드가 노래 하는 것은 서툰 사랑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충분히 노련해진 듯하다. 자연스러운 보통의 감정과 여백이 있는 사운드가 어울려 화려하지 않지만, 이전에는 없던 사랑 노래들이 완성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금 이 순간 사랑을 노래한 이유일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4집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는 16일 0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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