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배우 권율 “늘 새로운 시도로 나를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배우 권율 “늘 새로운 시도로 나를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6-06-27 14:49:28


배우는 역할로 기억된다. 하나의 강력한 캐릭터를 맡고 나면 대중은 그 배역으로 배우를 기억하기 마련이다. 배우 권율은 조금 다르다. 권율의 대표작을 뽑을 수는 있어도 대표적인 역할 하나만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그에게 전환점이 된 영화 ‘명량’의 이회, ‘피에타’의 처연한 기타남,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보여준 사무관의 모습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은 어딘가 조금씩 다르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과 함께 자연스레 여러 얼굴을 떠올린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권율을 만나 그의 또 다른 도전에 관해 물었다.

권율이 영화 ‘사냥’에서 맡은 맹준호 역할은 대부업체 ‘회장님’을 대신해 산속에 금맥을 확인하러 온 비서다. 그는 날카롭고 야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금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사소한 ‘사고’를 저지르며 결정적 사건을 유발한다. 권율은 자신이 연기한 맹준호를 ‘갓 임관된 소위’로 소개했다.

“맹준호는 산속에서 변화의 격차가 가장 큰 인물이에요. 변화의 폭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감독님과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때 나온 것이 ‘갓 임관된 소위’였습니다. 전쟁에 대한 활자 지식은 넘치는데, 전쟁 경험은 전혀 없어서 전쟁이 시작되자 자신의 모든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고 혼란스러워하죠.”

권율은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 홀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다. 원래는 골프복을 착용할까 했지만 차별을 주기 위해 정장을 선택했다.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은 모습은 정말 갓 전쟁터에 나온 소위나 요원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그런 맹준호가 산에서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거치며 변화하는 모습은 ‘신발을 갈아 신는 장면’에서 집약되어 나타난다. 권율은 그 장면에 대해 자신을 걱정한 조진웅과 이우철 감독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산에서 구두를 신고 뛰면서 부상이 있었어요. 그게 걱정된 조진웅 선배가 ‘극 중 다른 역할의 신발이나 옷으로 바꿔 입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내놨죠. 그것을 이우철 감독님께 전달해서 맹준호의 변화가 잘 나타난 상징적인 장면이 탄생했습니다.”

맹준호는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출연 분량만 놓고 본다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은 아니다. 권율은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맹준호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역할의 매력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권율은 ‘사냥’의 맹준호가 자신의 이미지 확장에 시발점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뷔 후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시기가 있어요. 욕심만큼 하지 못했던 시기들이 아직은 배고프게 남아있죠. 새로운 캐릭터들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맹준호 역할을 받아 보았을 때도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이미지여서 끌렸죠.”

표현할 수 있는 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고, 아직도 연기에 대한 배고픔이 있다는 권율이 현재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다른 배우’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배우의 연기’다. 교과서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민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절실함이 묻어난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해요. 요즘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져요.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역할에 접근했을까’하는 탐구를 하게돼요.”

그는 현재 자신이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에 서 있다고 고백했다. ‘사냥’의 맹준호는 그냥 산에 올라왔다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화한다. 그가 털어놓는 현재의 고민 속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권율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배우는 안주하면 한곳에 고이게 돼요. 제가 가진 것을 대중이 아직 모를 땐, 권율이란 사람을 보여줄 수 있지만, 그게 다 보인 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저 배우는 또 저 모습으로 나오나?’라는 평이 가장 겁나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시도하고 탐구하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확장하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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