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신경근육질환 중 하나인 폼페병은 산 알파-글루코시다아제(GAA)라는 리소좀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분해돼야 할 글리코겐(Glycogen)이 근육 세포 내에 축적되어 점진적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이다.
폼페병은 발병 시기에 따라서 태어나자마자 증상을 보이는 영아형 폼페병(IOPD, Infantile onset Pompe disease)과 만 1세 이후에 나타나는 후기 발현형 폼페병(LOPD, Late onset Pompe disease)으로 구분된다.
후기 발현형 폼페병의 경우 대부분 골격근 약화, 특히 하지 근위부와 체간부 근력저하로 인한 달리기 및 보행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횡격막과 늑간근 약화로 인한 호흡장애 증상이 발현되며, 때때로 아침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영아형 폼페병의 경우 전신적인 근 긴장 저하, 근력저하, 심 비대 및 간 비대를 보이며 대부분 심부전과 호흡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영철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영아형 폼페병 환자는 GAA 효소의 활동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예전에는 태어나자마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료제가 나온 이후 영아형 환자도 최소 10년 이상의 생존하는 등 효과가 좋은 편이다. 반면 후기 발현형 폼페병은 자가 효소가 남아 있어 증세가 늦게 발현되는데 발견 즉시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증상이 심화된 이후에는 치료에 들어가도 이미 망가진 근육세포를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강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폼페병을 조기에 진단받는 환자가 드물다는 점이다. 폼페병은 근육 호흡곤란 등 주요 증상 이외에도 증상의 발현이 다양해 타 근육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는 아직까지 폼페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진단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 병원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영철 교수는 “과거에는 폼페병의 치료제도 없었고 관련 임상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외의 활발한 임상연구와 치료제 개발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폼페병이 의심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신생아의 경우에는 미리 스크리닝 테스트를 통해 발병가능성 여부를 진단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폼페병 진단은 체혈만으로도 가능하다.
현재 폼페병 발병률과 관련 영아형 폼페병의 경우 대만은 3만5000명당 1명, 네덜란드는 13만8000명당 1명으로 나라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후기발병형은 통상적으로 5만7000명당 1명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약 5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인구수에 비해 폼페병 환자는 약 40여명에 불과해 아직 상당수의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폼페병은 드문 유전질환이지만 치료제가 있어 진단을 받으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폼페병 환자들에 부족한 GAA효소를 보충해주는 기전이다. 환자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와 관리를 해주는 약물요법으로 주기마다 효소주사를 맞는 방식이다.
하지만 치료법이 존재한다고 해도 막상 희귀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입장에서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최영철 교수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관련 학회에 가면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정도로 난치병 치료에 대한 의학계의 관심이 높다. 또한 관련 분야의 의학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희귀질환도 많은 만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10%로 하는 산정특례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관련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좀더 확대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