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정유미 “‘국수의 신’, 아쉬움 있지만 매번 기대 충족할 순 없어”

[쿠키인터뷰] 정유미 “‘국수의 신’, 아쉬움 있지만 매번 기대 충족할 순 없어”

기사승인 2016-07-08 18:15:46


이제야 한숨 돌렸다. 배우 정유미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에 연이어 출연했다. 각각 50부작, 20부작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곧 강원도 양양에 가서 서핑을 배울 거라며 잔뜩 들뜬 표정이었다.

‘마스터-국수의 신’은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종영됐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배우 천정명이 종영 직후인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천정명은 “참 많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됐다”며 “원작의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았을 텐데.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소속사 JS E&M 관계자는 “누구를 겨냥해서 쓴 글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천정명이 작가를 비판했다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 불화설마저 제기됐지만, 정유미는 막상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았다고 털어놨다. 촬영 중 따로 만나서 밥을 먹고 술도 한잔하며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연기 호흡도 좋았다. 그 중에서도 천정명은 큰 형님처럼 젊은 배우들을 다독이는 역할이었다고 정유미는 전했다.

“천정명 오빠는 저희에겐 제일 큰 오빠고 큰 형님이었어요. 배우들끼리 현장에서 느꼈던 사사로운 불만들을 얘기할 때마다 오히려 많이 다독거려 줬죠. 어쨌든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건 배우고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으니 우리가 감내하고 파이팅 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해줬는데 정작 오빠가 힘들어 했다는 걸 저희가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요. 오히려 책임감을 느끼셨을 수도 있어요. 저희에 비해 큰 그림을 그리셨던 것 같아요.”


정유미도 드라마에 아쉬운 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5개월 가까운 시간을 밤새며 함께 촬영했는데 천정명의 말 한마디로 지금 상황이 만들어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말 한마디가 드라마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처음 시놉시스와 달라진 부분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매번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기대하는 것이 매번 충족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청자 반응도 살펴야 하고 이런저런 변수가 많으니까요. 저도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 하고 마음을 열어뒀어요. 그래도 아쉬움은 있어요. 복수의 중심에 서게 된 여경의 아팠던 기억이나 아픔이 묻어났다면, 혹은 과거의 트라우마나 친구들 사이의 감정적 부분이 더 묘사됐다면 여경의 모습이 지금보다 타당하게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에요. 처음 시놉시스에는 무명의 복수가 큰 중심이었고 다른 친구들이 조력하면서 각자의 아팠던 과거가 드러나고 얽혀있고 그런 관계가 드러나는 방식이었는데 그 장면 없이 복수를 하게 되니까 아쉬웠죠. 논란이 된 건 안타까워요. 다섯 달을 같이 촬영하면서 잠 못자고 서로 얼마나 애 썼는지 아는 게 보통 의미는 아니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맞을 때도, 어긋날 때도 있는데 말이죠. 분명 그게 다가 아닌데

체력 좋다는 이야기를 듣던 정유미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달랐다. 50부작에 이어 20부작 드라마를 연이어 소화하자니 마지막에는 지칠 수밖에 없었다. 계속 밤을 새는 촬영 일정에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으며 드라마를 마무리 지었다.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도 피로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였다.


“작품이나 역할이 밝은 느낌이었으면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했어도 피로감을 못 느꼈을 텐데, 전체적인 분위기나 세트장 느낌이 많이 어두웠어요. 세트장 안에서 며칠 동안 찍다보면 바깥 공기 쐬는 게 고마운 느낌까지 들었어요.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야외 장면이 별로 없고, 세트에서 심문 받고 우는 장면이 많았어요. 계속 집중해야 하고 연기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성격 밝은 편인 저도 우울하고 침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고 일부러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칠만큼 지친 정유미에게 무엇보다 당장 쉬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그런만큼 아직 예정된 차기작이나 활동 계획도 없다. 하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연기를 할 때 제가 신이 나고 재밌어야 하잖아요. 이전 작품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건 연기적으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최근 비장한 역할을 3번 연속으로 하니까 지치기도 하지만, 연기할 때의 재미나 설레는 마음이 안 느껴졌어요. 예전처럼 흥미를 갖고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 ‘육룡이 나르샤’가 끝날 때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변요한이 뮤지컬 ‘헤드윅’을 하는 걸 보고 나도 무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꼭 메이저 영화가 아니더라도 독립영화, 단편, 중편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매력 있는 시나리오로 연기하고 싶어요. 회사에도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일단은 여유도 필요하고, 호흡이나 발성 같은 연기 기본기를 준비할 생각이에요. 제 그릇을 더 키운 다음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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