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약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세수 호조’를 통해 마련한 추경이 팍팍한 국민의 삶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게 할 수 있도록 국회는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추경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원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민생안정을 내세우며 조속한 추경예산안 처리를 추진할 태세다. 하지만 지방에 전가한 재정부담이 결국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야당은 누리과정 문제를 풀어내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아직 처리되지 않고 국회 예결특위에서 논의 중인 2015회계연도 정부 결산안과 맞물린 ‘추경 정국’은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소관하는 교육부 추경예산안을 보면 약 1조9천억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500억원의 국립대 수산·해양계열 선박 건조비만 편성해 제출했다. 원래 내국세의 20.27%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의무적으로 편성하게 돼 있다. 그리고 추가경정예산에 따라 내국세 및 교육세의 증감이 있을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증감해야 한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9조제2항에 따라 1조9천억원을 편성한 것에 불과하다. 누리과정으로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교육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은 아니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립대 실습선박 건조 예산도 노후선박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내세우지만 중소 조선업체에 일감을 만들어주기 위한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어차피 세금이 더 걷히게 되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받게 될 교부금을 미리 추경으로 나눠주는 점이 반갑지만은 않다. 전국의 교육청들은 최근 3년간 14조원, 올해만 4조원에 가까운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겨우 교육청과 학교살림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수 년간 누적된 긴축재정 여파로 반토막 나버린 사업들이 즐비한 실정이니 1조9천억원의 교부금 추경예산안은 오랜 가뭄에 반짝 내리는 소나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고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원만이라도 추경에 편성해달라고 교육감협의회에서 요구하는 절박한 사정은 정부 예산안에서 철저히 외면당해 버렸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교육부가 기재부에 신청한 학교운동장 우레탄 트랙 교체와 도서지역 학교 통합관사 추진 예산이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안전기준치를 초과한 납성분이 검출된 조사 결과가 보고되고, 끔찍한 섬마을 선생님 성폭행 사건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이 예산마저도 지방교육재정에서 모두 부담하라는 기재부 방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레탄 트랙을 모두 교체하는데 1,480억원과 섬마을 통합관사 구축에 1,257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존 사업도 대부분 축소하고 학교운영비 마저 줄여야 하는 교육청 입장에선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지만 정부는 또 매몰차게 손길을 뿌리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들은 교육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임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납투성이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게 할 수는 없으며, 안전을 위협당하는 선생님이 섬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방치할 수 없다. 지방교육재정으로 미뤄두면 없는 살림에 일부만 사업이 시행되고 시간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 구조조정만큼이나 긴요하고 절박한 사업이라는 점을 꼭 학부모들이 절규해야 귀담아 들을 것인지 답답하다. 제주에서도 ‘출입금지’ 표지판이 덩그러니 빈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학교를 쉽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외딴 지역 소규모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소규모 학교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야 말로 민생안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애꿎게도 왜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편성시마다 아이들의 생각은 뒷전인 정부가 반드시 유념하길 바라는 부분이다.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