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범수 “더 선명하고, 더 강인해 보이고 싶었다”

[쿠키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범수 “더 선명하고, 더 강인해 보이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6-07-29 11:20:26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의 무게중심은 크게 셋이다. 주연배우 이범수, 이정재, 리암 니슨. 그 중에서도 이범수는 북한의 이념을 대표하는 단 하나의 추이며, ‘인천상륙작전’ 안에서 가장 무겁다.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북측의 우두머리 림계진을 단순한 악역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오로지 이범수의 연기력 덕분이다.

‘인천상륙작전’의 개봉일인 27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범수는 가장 먼저 “기쁘다”고 말했다. 언론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기심이 ‘인천상륙작전’을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로 올려놓은 덕분이다. 180억이라는 거대 자본과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의 이름값 외에도 관객들을 끌어당긴 요소는 무엇일까. 이범수는 이에 관해 ‘영화의 만듦새’라는 답변을 내놨다.

“‘인천상륙작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반공 영화로 보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인천상륙작전’이 그렇게 단정 지어지지 않기를 바라요. 제작진은 있었던 역사를 소재로 드라마를 섞어 영화화했을 뿐이고, 어떤 다른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거든요. 해군의 첩보부대·켈로 부대의 활약상, 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영화에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겠지만 여태까지 존재한 모든 영화 중 완벽한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라는 데에는 저는 이견이 없어요.”

실제로 ‘인천상륙작전’은 28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 83만1510명을 기록했다. 개봉 3일차인 29일에는 100만 관객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성적의 이유로 영화의 완성도만 논한 이범수의 답변은 지나치게 겸손하게도 보인다. 그만큼 이범수가 연기한 림계진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저는 원래 전쟁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한 영화를 두세 번 씩, 혹은 네 번씩 볼 정도로 좋아하고, 배우로서는 블록버스터 장르에도 큰 매력을 느끼죠. ‘인천상륙작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말 기쁘고 흥미로웠어요.” 림계진은 시나리오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만큼 이범수가 연기할 수 있는 자유도는 뛰어났다. 당초 시나리오 초고에서 림계진은 소련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엘리트 사상가라는 점과, 진세연이 맡은 한채선과의 러브라인 등이 담겨있는 캐릭터였다. 이정재가 맡은 장학수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이범수는 림계진을 수정·보완하기를 선택했다. “더 선명하고, 더 강인하고, 연합군 측 장학수와 더더욱 첨예하게 대립되게끔 보이고 싶었어요.”

남측 캐릭터라 참고할만한 자료가 남아있는 연합군과는 달리 림계진은 북측 캐릭터다.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었다. 이범수는 림계진을 만들기 위해 사실을 근거로 있을 법한 것들을 가미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소련이나 독일군 중 강경파의 이미지들을 참고했어요. 사소하게는 헤어스타일이나 옷 맵시부터, 차가워 보이는 성격까지요. 무게감을 주기 위해 몸무게를 7㎏ 증량하기도 했죠. 예전 ‘신의 한수’에서 제가 맡았던 살수 역은 날렵한 칼잡이의 이미지였잖아요. 림계진은 차별화를 좀 두고 싶었어요. 닳고 닳았으면서도 철저하고 가차 없는 인물.”

이범수의 노력 덕분일까. 그래서 더 ‘인천상륙작전’ 속 림계진에게 할당된 드라마는 아쉽다. ‘너무 나쁜 놈’이라는 다섯 글자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짐작케 하는 힘이 림계진에게는 있다. 실제로 림계진의 이야기를 다룬 촬영분도 상당수 있었지만 영화의 흐름 때문에 삭제된 장면이 많다고 이범수는 말했다. 그러나 그 삭제에 관해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객분들이 림계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 하실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림계진의 드라마가 더 있길 바라기도 해요. 영화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연출자는 객관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스토리를 가진 A와 스토리를 가진 B가 대결하는 것을 다루고 더 섬세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잖아요. 물리적으로 정해진 시간 속에 명백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선명하게 캐릭터를 연기하고,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죠. 연기만은 저의 온전한 몫이니까요.” 데뷔 26년 차 베테랑 배우다운 노련한 식견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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