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정재 “나에 대한 댓글은 잘 안 보지만 영화 댓글은 전부 다 본다”

[쿠키인터뷰] 이정재 “나에 대한 댓글은 잘 안 보지만 영화 댓글은 전부 다 본다”

기사승인 2016-07-29 13:56:17


배우 이정재는 자신에 관한 댓글은 잘 보지 않는다.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태는 말에 기분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연 작품은 다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댓글은 다 본다. “연기한 제가 본 영화와, 관객이 보는 영화는 달라요. 어떤 시각이 있을까 궁금하고,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혹시나 연기하며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르고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개봉일인 지난 28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벌써부터 댓글이 궁금하다”고 웃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제목만 들어서는 언뜻 장르를 맞추기 어려운 영화다. 교과서에서 꾸준히 다뤄져 왔지만 그런 만큼 국민들에게는 단순하게 비춰지기 쉽기 때문이다. 반공 영화, 혹은 전쟁 영화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첩보 영화에 가깝다. 초반부터 숨 막히는 스파이 작전과 총격전이 주를 이룬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인공인 이정재의 활약은 놀랍다. 북측 이념의 선봉에 서 있었지만 이내 돌아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게 된 장학수 대위는 영화 내내 굳은 신념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자신이 실패하면 한반도의 희망은 없다는 사실은 장학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인천에서 국밥집을 하는 어머니도 장학수의 발걸음을 멈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관객은 장학수의 드라마를 보며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낀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전체적인 궤에서 장학수의 이야기는 적게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재는 “차라리 내 분량을 빼더라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좀 더 세밀한 결의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연합군 첩보부대원들이 같이 싸운 전우의 죽음을 보는 장면들이 더 많았죠. 다 찍기도 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끝에 좀 더 간소화시켰죠. 전쟁의 참혹함과 슬픔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감정이 퇴색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같은 부대원들의 작전에 임하는 고뇌와 갈등,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굴곡과 슬픔이 더 다뤄지고 살렸으면 싶었지만 러닝타임이라는 물리적 시간 앞에서는 효율도 생각해야 하죠. 제 분량이요? 저는 어차피 주인공이라 많이 나오잖아요. 하하.” 


이정재라는 배우는 어느덧 23년차가 됐다. 단순히 분량에 연연해할 수준은 넘은지 오래 됐다. 배역도 마찬가지다. “근래 들어서 ‘관상’ ‘도둑들’ ‘암살’ 같은 악역들을 많이 해서 선한 연합군 배역에 의문을 갖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하. 예전에는 형사, 국정원 요원, 뭐 이런 선한 배역 많이 했는데 말이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아니다. 굳이 선악을 나눠 배역을 원했던 것도 아니다. “‘아, 선한 역할하고 싶다.’하고 마음을 먹을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아요. 최근 제가 연기한 배역들은 의도하고 상관없이 좋은 프로젝트 위주로 선택한 결과죠. 한때 남성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고민 때문에 2-3년을 그냥 하염없이 놀아 본 적이 있어요. 욕심대로 입맛 따라 고르려다가 나온 결과죠. 하하.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어요. 그 후로는 좋은 작품을 따라가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이번에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어요.” 좋은 작품은 자연스레 좋은 연기를 낳는다는 것이 이정재의 신념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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