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최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 당시 다른 참가국들로부터 사실상 '왕따'에 가까운 외면을 받았다고 29일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ARF 외교장관회의에 하루 앞선 25일, 비엔티안 시내 돈찬 팰리스 호텔에서 의장국인 라오스 측의 주최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북한 외무상에 임명된 그는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가 북한 외교수장으로서 첫 데뷔전이었다.
그런데 리 외무상 근처에 자리가 배치됐던 특정 국가가 리 외무상과 가까이 앉기 싫다며 의장국 측에 자리 변경을 요구하면서 자리가 바뀐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좌석 조정으로 리 외무상은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 사이에서 만찬을 했다.
이에 따른 부분적인 연쇄 좌석변경이 이어지면서 윤병세 외교장관을 비롯한 다른 나라 외교장관 가운데 일부도 자리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만찬 중간에 리 외무상 주변으로 다가가 리 외무상의 양편에 앉은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과 인사하고 파키스탄 외교장관에게는 아는 척을 하며 어깨까지 쳤지만, 유독 중간에 있던 리 외무상에 대해서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리 외무상에 대해 사실상 투명인간 취급을 한 것이다.
리 외무상 스스로도 영어에 능통함에도 만찬장 양편의 파푸아뉴기니 장관과 파키스탄 장관과 의례적인 인사 정도에만 그쳤으며, 말없이 혼자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리 외무상이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다른 국가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됐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배경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돌리며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핵 개발과 잇따른 도발에 대해서는 중국, 러시아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라오스 방문 계기에 몇몇 국가에 양자방문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거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 계기에 개최국이자 북한과 가까운 라오스를 양자방문 형식으로 방문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라오스가 스케줄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