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서 광란의 질주로 7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외제차 운전자가 뇌전증 환자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여름휴가차 부산을 방문한 어머니와 아들을 포함한 보행자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김 모 씨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1월부터 매일 약을 복용해왔으며, 사고 당일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뇌전증 질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뇌전증(간질)은 뇌세포의 과다한 전기 방출로 인해 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군이다.
뇌세포의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유전적 요인보다는 후천적 요인이 훨씬 크다. 대표적 원인으로는 해마 경화(hippocampal sclerosis), 대뇌 피질 이형성증(cortical dysplasia), 뇌졸중, 교통사고 또는 두부 외상과 관련된 뇌손상 등이 있다.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전체 환자의 10~20%는 약물요법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24시간 뇌파검사 등을 통해 뇌전증발작의 발생 부위를 수술할 수 있다.
그러나 뇌전증 환자의 70~80%는 약물요법을 통해 경련이나 발작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정도로 조절된다. 단. 하루라도 약 복용을 중단하면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뇌신경센터 김지현 교수는 “대부분 뇌전증 환자들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며 “적극적이고도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로교통법은 뇌전증 환자가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정신질환자와 함께 면허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취득 시 뇌전증 여부를 검사하는 내용은 따로 없는 상태다.
실제로 이번 부산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 김 씨는 작년 9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번 약을 복용했으나 올 7월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를 그대로 통과했다. 검사 과정에서 뇌전증 여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2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뇌전증 환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 뇌전증 환자 본인 진술이 없으면 면허 취득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국민 우려를 고려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