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손예진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다”

[쿠키인터뷰] 손예진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기사승인 2016-08-03 18:56:31

배우 손예진은 모험을 즐긴다.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 이후 손예진은 머물기 쉬운 청순한 첫사랑의 자리에 안주하는 대신 끊임없이 조금씩 다른 지점을 찾아 현재에 이르렀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의 개봉일인 3일 손예진을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로운 도전과 지점에 대해 물었다.

영화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치 않는 일본 유학길에 올라 오랜 시간을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덕혜옹주의 아픔을 담은 영화다.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타이틀롤인 덕혜옹주 역할을 맡았다. ‘덕혜옹주’가 곧 손예진인 셈이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연기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 영화에 직접 거금을 투자하기도 해 화제가 됐다. 손예진은 투자 이유에 대해 ‘영화를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예진이 남다르게 생각하는 영화이니만큼, 개봉에 대한 소감도 남다르지 않을까. “드디어 개봉했다”고 말하는 손예진의 얼굴에서 여러 감정이 묻어났다.

“개봉 전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개봉일이 되니 편해졌어요. 이제 우리가 준비한 많은 것을 관객에게 보여줄 일만 남은 거죠. 차분하고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관객분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덕혜옹주’는 여러 가지로 저에게 남달라요.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제가 많이 몰입한 것 같아요. 어제 VIP 시사회에서 많은 분이 보시고 감정적으로 아파하고 가셨는데, 이런 감정을 많은 분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는 이 영화가 정말 간절히 잘 됐으면 좋겠어요.”

‘덕혜옹주’를 촬영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살았던 사람의 삶을 극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을 표현할 때 섬세한 부분까지 생각해야 했다. 손예진은 자신의 아역인 김소현이 연기한 어린 시절의 덕혜를 보며 감정을 쌓았다. 상대역인 김장한을 연기한 박해일의 눈빛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김소현 씨가 연기한 어린 덕혜는 옹주로서의 위엄이 있어요. 그런데 덕혜가 일본으로 건너와서부터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슬픔이 늘었죠. 덕혜라는 인물의 슬픔을 계속 보여주고자 했어요. 김소현 씨의 위엄 있는 모습과 대조되면서 그것이 세월로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김소현 씨가 연기를 잘한 덕분에 도움이 됐어요. 박해일 씨와의 합도 매우 좋았죠. 박해일 씨가 학구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연기 하는 배우인데 ‘덕혜옹주’ 촬영을 하면서는 저에게 많은 부분을 맞춰줬어요. 원래 박해일 씨의 눈빛을 좋아했는데, 실제로 보니 화면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의 눈빛이더라고요. 그 눈빛이 감정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늘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해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도일까. 손예진은 작품 선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기보다 결국 하고 싶은 작품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배우이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고민하는 것일 뿐 거창한 의도나 의미는 없다. 다만 그렇게 선택한 작품을 통해 배우 손예진이 만들어지고, 관객과 만날 수 있다.

“작품 선택에 큰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결국 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작품을 선택하게 돼요.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언제나 시나리오고요. 연기나 영화나 어느 지점에서 관객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죠. 저는 멀리 내다보는 배우는 못 돼요. 지금 현재 나를 평가한다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요. 현재는 진행형이니까 돌아볼 수 있는 건 한참 나이가 들어서야 가능할 것 같아요. 의도대로만 되는 건 없잖아요. ‘이런 배우가 돼야지’라는 생각보다 그냥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오래도록 연기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작품을 하면서 그 인물이 돼가는 과정이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그 과정을 혼자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연기하는 순간 감정적으로 힘들다 보니 언제든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작품은 언제나 관객과 평단의 평가를 받게 되고 그것이 흥행이나 호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외로움이나 책임감과 싸울 때는 도망치고 싶어요. 하지만 곧 마음이 바뀌죠. 제가 영화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상황에 감사해요. 흔들리는 지점이 있지만, 감내해야 하기에 단단해져야죠.”

그렇다면 배우이기에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손예진은 주저하지 않고 “칭찬을 받는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덕혜옹주’의 언론시사회 후 평이 좋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웃었다.

“칭찬은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어요. 저는 굉장히 단순해요. 너무 힘들어도 좋다는 평가 해주시면 힘든 것이 싹 날아가요. ‘덕혜옹주’를 보신 많은 분이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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