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를 기점으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부실 사업장을 대부분 정리했다. 다만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돌려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은 아직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실적이 개선됐다.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선 이유는 해외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서 공사원가의 투입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미수금은 10조원 넘게 남아 있다. 또 올 하반기에 준공을 앞둔 해외 저가 프로젝트도 남아 있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각 건설사의 공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건설 도급 상위 5개 대형건설사들 중 미청구공사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약 4조2354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결실체의 총자산 규모의 22.1% 수준이다.
또한 수주액이 201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의 5% 이상인 계약은 총 15건이며 이 중 10건은 1조 5721억원 규모의 미청구공사가 설정돼 있다.
대우건설은 계약금액이 매출액의 5%가 넘는 국내외 현장은 21곳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9873억7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현장까지 합치면 2조1411억4500만원에 달한다.
가장 큰 미청구공사 사업장은 모로코 SAFI IPP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다. 공사금액만 1조971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로, 2014년 9월에 수주했지만 초기 자금마련 단계에서 다소 차질이 생겨 착공이 늦어진 바 있다. 현재 준공률은 31.3%로, 미청구공사 잔액은 2333억9900만원이며 미수금은 338억1500만원이다.
같은 해 10월에 수주한 알제리 CAFC 오일 프로젝트도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업은 총 6834억원 규모의 석유 플랜트 공사로, 계약상 완공시점은 오는 12월인데, 현재 공정률은 52.2%에 불과한 상태다. 미청구공사 금액도 1429억5300만원에 이른다.
미청구공사 금액은 말 그대로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다. 건설업체의 공사 진행률을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며 청구액만큼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이에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대형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업은 원가율이 100%가 넘는 곳이 많고 미청구공사금액이 잠정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문제"라며 "하반기에도 중동 3국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그동안 해외 부실을 많이 털어냈고, 국내 주택부문에서 이익을 많이내 2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수조원대의 미회수 영업자산에 대해 우려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