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통사고 참사, 사고원인 뇌전증 아닌 ‘졸음운전’

부산 교통사고 참사, 사고원인 뇌전증 아닌 ‘졸음운전’

대한뇌전증학회 “약물 복용만 잘 해도 뇌전증 환자 운전에 문제 없다”

기사승인 2016-08-05 10:23:10

3명의 사망자 포함, 총 24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뇌전증’으로 인해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고 뺑소니에 따른 것이라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4일 “운전자 김모 씨(53)가 사고 전 의식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씨는 뇌전증 질환을 앓아 사고 당시 의식이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가 몰던 승용차는 7중 추돌사고 지점 약 600m 앞에서 1차 접촉사고를 낸 후 차선을 바꾸는 등 고속 질주 했다. 이러한 영상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1차 접촉사고 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이번 해운대 추돌사고의 원인이 뇌전증 발작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 

뇌전증은 일종의 발작증세 양상을 띈다. 뇌신경은 정상적으로도 늘 전기를 띠고 있는데 평상시의 전기적 질서가 깨지는 것이 ‘뇌전증발작’ 또는 ‘경련’이다. 대개 뇌전증 발작이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생길 때 ‘뇌전증’이라 진단한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사고 운전자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지병이 있어 교통사고의 원인이 불분명하다”면서 “당뇨약에 의한 저혈당 증상도 의식 소실과 이상행동, 뇌파의 이상을 불러올 수 있어 사실상 뇌전증 발작과 구별하기 어렵고,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고혈압성뇌증’도 기억장애, 정신혼란, 졸음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환자의 경우 어떤 문제가 운전 중 정신을 잃게 했는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김씨의 주장대로 그 당시 정신을 잃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가려져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특히 경찰 중간 수사 결과, 졸음운전으로 밝혀지며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씨가 뇌전증으로 인해 사고를 냈다면, 가속페달에서 발이 떨어졌여야 했지만, 핸들 조작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김씨가 졸음운전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홍승봉 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졸음운전으로 나는 비율이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뇌전증을 앓고 있던 환자에 비해 뇌전증 환자의 대부분은 약물로 잘 조절돼 자동차 운전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번 사고에 상대적 위험도를 엄밀히 따져 분석해야 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회장은 "이번 사고를 뇌전증 증상에 의한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환자가 약을 제때 먹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약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기억 장애, 집중력 감소 등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는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가 뇌전증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약을 제때 먹지 않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지 뇌전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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