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경기장의 열기만큼 경기장 밖 중계방송 경쟁도 뜨겁죠. 각 방송사는 저마다 최고의 중계임을 자부하며 올림픽 방송을 편성했습니다. 시청자는 무더위를 날릴 시원한 승부와 명쾌한 중계를 기대하며 텔레비전 앞에 앉습니다. 하지만, 최근 올림픽 중계를 보며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고 있습니다. 바로 중계 중 이어지는 성차별 발언 때문입니다.
지난 6일 SBS 유도 여자 -48kg급 경기에서 전기영 해설위원은 한국 정보경 선수의 상대인 베트남 반응옥 투 선수를 소개하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로는 많은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같은 날 48kg급 유도 여자 경기를 중계하던 김정일 아나운서는 몽골의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를 “살결이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우란체제크 문바크트 선수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세계랭킹 1위의 선수입니다.
KBS 최승돈 아나운서는 지난 6일 여자 펜싱 에페 8강 경기에서 한국의 최인정 선수에게 “저렇게 웃으니 미인대회 같다”라는 발언을 했고 이탈리아 피아망고 선수를 보며 “서양의 양갓집 규수 조건을 갖춘 것 같은 선수”라는 말을 했습니다.
KBS 한상헌 아나운서는 지난 6일 7일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B조 1경기를 중계하며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에는 비키니”라는 발언을 했으며 “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 한다. 남자와 함께 가면 삼겹살밖에 더 먹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유도 여자 -48kg 중계 도중 여성 아나운서에게 몸무게가 48kg가 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죠.
이러한 중계는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NBC 해설위원은 헝가리의 카틴카 호스주가 개인혼영 4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했을 때 호스주의 남성 코치에게 “이 남자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인터넷 소셜 미디어 상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NBC의 해설위원은 미국 여자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를 보고 “남자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의 수영선수 케이티 레데키를 ‘여자 펠프스’라고 지칭하기도 했죠. 케이티 레데키는 리우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선수입니다.
올림픽 중계 중 위와 같은 발언을 접한 상당수의 시청자는 불편함을 토로합니다. 즐겁게 경기를 보려던 마음이 불필요한 발언들로 불쾌해지는 것입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올림픽 중계 중 성차별 발언을 수집하는 아카이브 웹페이지를 만들어 공유해 누리꾼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스포츠 중계 중 성차별적 발언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지난 5일 발표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과거 올림픽 중계에 사용된 언론과 해설가의 단어 1억 6000만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선수에게는 나이, 임신, 결혼 여부처럼 경기 내용과 상관없는 단어가 많이 쓰였고 남성 선수에게는 빠르다, 크다, 강하다 등 선수 개인의 경기 내용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여성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선수’가 아닌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오랜 시간 올림픽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수들은 오랜 시간 노력했던 만큼 후회 없이 경기를 펼치고 개인의 경기 내용과 기록에 대해 평가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온 중계 언어에 얼마나 많은 편견이 내재돼있는지 함께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