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형 청년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을 확정하는 등 지역 청년층에 대한 본격적인 ‘민심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원 지사는 유력한 차기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원 지사가 이번 대선이 아닌, 차차기 대선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일부에서는 원 지사의 이번 청년정책 행보가 '차기 도지사 선거, 나아가 ‘대권’을 향한 정지(整地)작업의 일환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중앙로 ‘플레이스 일로와’를 방문해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28일 청년정책 전담조직 신설과 청년정책 특별보좌관 임명 이후, 공식적 청년 의견수렴 창구인 ‘청년원탁회의’ 구성을 위한 ‘청년민심’ 답사였다.
‘플레이스 일로와’는 제주청년창업조합, 제주청년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도내 선·이주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간담회는 청년들이 하는 제안을 먼저 듣고 원 지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청년은 원 지사에게 “제주에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올라갔다가 최근 제주가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내려왔지만 구체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원 지사는 “청년 정책에 대해 청년들이 제안해 달라”며 “예를 들어 재단 등을 통해 청년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기획하면 도에서는 예산을 통으로 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도지사께서 청년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카톡방’을 개설해 1천여명의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어떠하냐”는 청년 참석자의 제안에 원 지사는 “당연히 좋다”면서도 “(카톡방 논의사항을) 도지사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저에게 시비 거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빡빡하다. 카톡방에 참석하더라도 1:1로 매번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가 전국에서 임금은 낮은 편에 속하면서 집값은 높아져 사회초년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 처음으로 직장을 갖거나 결혼한 청년들에게 ‘사회적 가점제도’를 통한 보증금·월세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로당 등은 제도적·예산적 지원을 이미 너무 많이 했다”며 “청년은 소수의 목소리만 있는 만큼, 균형을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도는 50여명의 청년 활동가를 공개모집해 다음달 중 ‘(가칭)청년원탁회의’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 7월에는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 청년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잠룡' 원희룡 지사, 존재감 갈수록 옅어져..'청년정책' 돌파구 되나
임기 2년차를 지나고 있는 원희룡 지사가 ‘청년정책’을 꺼내든 배경에는, 도민사회 ‘민심’이 점차 도정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면서 청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실제로 원 지사는 지난 16일 도청 주간정책회의에서 “(제주의 잘못된 관행을) 재선, 삼선이 되더라도 제주사회에서 영원히 도려낼 것”이라고 말해 차기 도지사출마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민들이 원희룡 도정에 보내는 눈길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는 지난 6월 11~1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제주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반기 도정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전화(ARS) 방법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3.9%였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이 조사에서 '원 지사가 전반기 도정 운영을 얼마나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5.6%가 '잘못했다'고답해, '잘했다'(44.0%)는 응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51.6%)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원희룡 도정 출범 초기, 도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JTBC-리얼미터가 2014년 10월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조사' 결과에서 원희룡 지사는 ‘매우잘함’, ‘잘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합쳐 65.5%를 기록해 전국 시·도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휴대전화·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0.8%p)
그러나 리얼미터가 2015년 10월 1~5일 조사해 같은달 13일 발표한 '9월 월간 정례조사'에서 원 지사의 직무수행평가 지지도는 무려 15.6% 하락한 49.9%를 나타냈다.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8,500명 대상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0.8%p, 응답률 5.5%)
리얼미터가 올해 7월 8일 발표한 6월 월간정례조사에서 나타난 원 지사의 직무수행평가 지지도는 그나마 소폭 상승한 52.5%였지만, 전국 도지사 긍정평가 평균(51.8%)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전국 19세 이상 시도 주민 8,500명 대상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0.8%p, 응답률 4.8%)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역시 내리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같은 ‘잠룡’으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4.4%%)는 물론, 홍준표 경남도지사(3.4%)보다도 낮은 3.3%를 기록해 7위에 랭크됐다. (8월 16~17일 전국 성인 1082명 대상 휴대전화·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0%p, 응답률 6.5%)
이에 지역 정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재선에 성공한 사례에 비춰볼 때, 원 지사도 도지사 재선을 통해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선 청년지지층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원 지사가 구상한 청년원탁회의·청년위원회 등이 지역 표밭을 견고히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원 지사의 장점이 제주도 출신이고 개혁성향이 있다는 점인데 그것을 아직까지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청년에 대해 좋은 정책을 내야하는 것은 맞지만, 내년 대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 지사가 갑자기 청년문제를 꺼내든다면 도민들의 눈에는 단순한 ‘선거용’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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