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용하고 뜨거운 화제의 드라마 ‘청춘시대’ 박연선 작가 “윤진명 손톱 빠지는 장면 쓰며 매번 울었죠”

[쿠키인터뷰] 조용하고 뜨거운 화제의 드라마 ‘청춘시대’ 박연선 작가 “윤진명 손톱 빠지는 장면 쓰며 매번 울었죠”

기사승인 2016-09-06 18:28:17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시청률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시청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연애시대’,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폭한 로맨스’ 등을 집필한 박연선 작가는 주로 그런 드라마를 써왔다. 박연선 작가의 최근작인 JTBC ‘청춘시대’는 2.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리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청춘시대’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JTBC 금토극 ‘청춘시대’는 외모와 성격은 물론이고 전공과 취향, 연애 방식까지 모두 다른 5명의 청춘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드라마다. 박연선 작가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따뜻하고 시선으로 바라보며 섬세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켰다. 시청자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누군가에게는 두고두고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를 6일 서울 JTBC 사옥에서 만나 드라마를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물었다.

드라마가 종영한 후 작가가 기자간담회를 갖는 경우는 흔치 않는 일이다. JTBC 측은 간담회에 앞서 “‘청춘시대’가 끝난 후 여러 매체에서 박연선 작가 인터뷰 요청을 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혀 ‘청춘시대’에 대한 조용하고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 했다.

박연선 작가는 ‘청춘시대’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체감하고 있을까. 간담회에 자리한 박 작가는 “모두 아시다시피 시청률이 그렇게 놓지는 않았다”며 “늘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좌절했는데, 이번에는 주변 반응이 워낙 좋아서 이 상황은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집필했던 드라마 중 가장 직접적인 반응을 느끼고 있다는 것. 박연선 작가는 “반응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위안이 된다”며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 같은 느낌이다. 지금 당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최근 미장원에 갔는데 제 머리를 해주시는 분이 ‘청춘시대’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본방송은 보지 못하고 다운을 받아서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드라마를 몇 편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반응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청춘시대’는 제목부터 청춘에 관한 드라마임을 선언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박 작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획 단계에서 초점을 맞췄던 것은 청춘 보다는 동거와 소통이었다.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했다는 것. 드라마에 젊은 사람들이 등장하게 됐고 그들이 함께 지내면서도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정하다 보니 자연스레 청춘의 이야기가 됐다.

“‘청춘시대’를 보며 청춘만 공감한 것 같지는 않아요. 누구나 타인에게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겪는 소외감을 가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임에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꼭 청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박 작가가 생각했던 ‘청춘시대’의 제목은 ‘벨에포크’였다. 불어로 ‘좋은 시대’라는 의미로 극 중 다섯 명의 청춘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분량도 기획 단계와는 달라졌다. ‘청춘시대’는 원래 16부작이었으나 편성 사정 등으로 12부작으로 줄었다. 4회 가량이 사라지며 등장인물 중 송지원에 대한 에피소드가 축소됐다. 박연선 작가는 기회가 된다면 송지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원래 제목은 ‘벨에포크’였어요. 청춘이란 것이 외부에서 보기엔 참 좋은 시절이지만, 그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모르죠. 그런 것에 대한 반어법으로 ‘벨에포크’를 제목으로 지으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심지어 돼지고기집 상호 같다는 평도 있었죠. 여러 제목을 고민 하다가 ‘청춘시대’가 됐는데, 10년 전 연애시대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도 됐어요.”

‘청춘시대’는 출연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박연선 작가는 출연 배우 중 어떤 배우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을까. 박 작가는 “이런 질문에 제가 언급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것 같아 보통 ‘모두 좋았다’고 말하는 편이지만, 꼭 집자면 한예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이 배우에게 빚졌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한예리의 연기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극 중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를 극찬했다.

“한예리씨는 무거운 캐릭터와 일상적인 캐릭터를 번갈아가면서 연기해야 했어요. 이 두 가지를 오가기가 어려웠을 텐데 제가 대본을 쓰면서 이미지화했던 이상의 것을 보여줘서 깜짝 놀랐죠. 저는 손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쓰는 배우를 처음 봤어요. 가령 이어폰 줄을 감는 행동이나 오토바이 헬멧의 줄을 정리하는 사소한 손동작까지 자연스러워서 인상적이었어요. 그 인물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잘해줬죠.”

박연선 작가는 강이나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강이나라는 역할을 통해 매춘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

“편성할 때부터 강이나라는 캐릭터가 문제 됐어요. 매춘하는 사람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정작 방송이 되고 나서는 그런 반응이 많이 없었어요. 저는 강이나를 통해서 ‘경계선’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세금을 낼 때 나는 내가 하는 행위를 ‘절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탈세’가 될 수도 있죠. 강이나를 통해 누구나 그런 경계선을 가지고 있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청춘시대’ 속 수 많은 장면과 대사 중 박연선 작가의 기억에 남은 장면은 무엇일까. 박 작가는 “대본을 쓰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윤진명의 손톱이 빠지는 장면을 쓰면서는 매번 울었다.

“윤진명의 손톱이 빠지는 장면을 쓰면서는 초고, 재고, 삼고, 사고 고쳐 쓰며 매번 울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7회의 내레이션이 중요해서 많은 공을 들여 썼는데, 편집상 다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죠. 이건 안타까워서 기억에 남아요.”

끝으로 박연선 작가는 “드라마 ‘연애시대’ 마지막회 내레이션에서 말했듯, 죽기 전까지 완벽한 해피엔딩도 완벽한 불행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청춘시대’ 속 인물들은 불행을 극복해 나가며 또다른 행복을 찾을 것이고, 그러한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며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주인공들이 꽃길을 걷게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봤어요. 행복하게 살기위해 다들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나 혼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는 드라마 속 윤진명의 대사처럼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면 내가 타인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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