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공급과잉’ 황금알 낳는다던 시내면세점, 특수 잃고 적자만…

[봉기자의 호시탐탐] ‘공급과잉’ 황금알 낳는다던 시내면세점, 특수 잃고 적자만…

기사승인 2016-09-07 16:45:25

김민희 아나운서▷ 반갑습니다. 봉기자, 오늘은 내용으로 함께 할까요?

조규봉 기자▶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이야기는 이제 옛말인 듯합니다.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잇따라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원래 면세업계는 정부 정책 등 예측 불가한 변수가 많고요. 또 한정된 시장을 두고 싸우려는 업체들만 자꾸 늘어나다 보니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큰데요. 특히 신규 면세점들의 적자 규모는 1분기보다도 확대되어서요. 실적 부진 장기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쯤해서 과거를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역사잖아요. 위에 계신 몇몇 분들이 자꾸 잊어서 그렇지 과거를 잊지 말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사실 십여 년 전만해도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었다가 못 버티고 나오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런 사례를 통해 이미 학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이는 돈만 따져 또 다시 실패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문을 닫는 업체들도 곧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호시탐탐에서 면세점 실패 사례를 살펴보고, 대안까지 제시해 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의외인데요. 봉기자,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전체적으로 다 어려운가요?

조규봉 기자▶ 네.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고, 각각 따져 봐도 어렵습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영업 적자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요. 서울 면세점의 영업 적자는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11억 원 확대되어서요. 총 95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각 면세점 별로 살펴볼게요. 어느 정도인가요?

조규봉 기자▶ 여의도 갤러리아 면세점63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분기에 2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이며 작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했고요. SM면세점을 자회사로 둔 하나투어 역시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 손실이 28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또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폐점으로 하반기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고요. 가장 최근 문을 연 신세계 면세점과 두타면세점도 외형성장을 견인하고 있긴 하지만요.  사업 초기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영업 이익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이런 식으로 적자를 이어가다가는 정말 폐업까지 갈 수도 있을 텐데요.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럼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전후로 외국인 관광객 쇼핑 활성화 정책이 나왔었고요. 1980년대 후반 시내 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불었다가 현재 12개 수준까지 급감했습니다. 20여년 사이 무려 17개 면세점이 사라진 셈이죠. 1999년 6월에 부산 동화면세점. 2003년 5월에 경주 남문면세점. 그리고 제주 한진면세점이 2006년 6월 폐업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또 시내 면세점은 아니지만 대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 AK면세점조차 인천공항에서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롯데호텔에 흡수 합병된 적이 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궁금해요. 장사도 잘되는 면세점들이 왜 적자를 내고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일단 서울 시내에 면세점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각 업체들은 올 상반기 동안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게 되었죠. 그러니 영업 이익률이 급격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고요. 경쟁 격화로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가 나오고 있고요. 가장 문제는 하반기에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4장이 추가로 발급된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존 주요 면세점의 수익성 개선이 여의치 않죠.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2년 새 7개 사업장이 늘어나고, 개수로는 거의 2배가 되어버리는 거잖아요. 봉기자, 이거 괜찮을까요?

조규봉 기자▶ 그건 업체들의 속사정과 겉으로 보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나 관광청에서 발표한 수치만 보면 현실과 달리 면세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지난 6월 면세점 총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1%나 급증했을 정도로 외형은 눈에 띄게 커졌고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올해 연간 최대 1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일단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요. 현 상태에서 추가로 면세점을 선정하게 될 경우, 각 업체의 경쟁이 심해질 텐데요. 그렇게 되면 제품 단가가 낮아지고요. 또 쇼핑 관광 상품만 찾는 관광객들만 넘쳐나게 돼 전반적으로 한국 관광 상품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관광 콘텐츠 개발, 중국 외 해외 관광객 유치 방안 등을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쇼핑만 앞세워 면세점 숫자만 늘리는 것은 사업자뿐만 아니라 결국 사회적으로도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속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있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기업들은 있을 텐데요. 어느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네. 당초 시장 안착에 주력하겠다던 신규 면세점들은 최근 들어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요. 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 두산, 이랜드 등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사실 이 쯤 되면 정부에서도 입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조규봉 기자▶ 그럴 만도 한데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적자 상태로 면세점을 운영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늘어가고 있지만요. 정작 정부는 업계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거든요. 또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이 빗발치는 데도 신규 면세점을 3곳을 선정한 지 1년 만에 4개를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한 명확한 근거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분위기를 좀 바꿔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의 공약 말인데요. 공약은 화려했지만 사실 잘 지키지 않는 것 같거든요. 지난해 신규 특허 획득을 위해 다양한 상생, 사회 공헌 활동을 약속했던 시내 면세점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공약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요? 

조규봉 기자▶ 네. 그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간 점검 한 번 해볼까요? 작년 7월 관세청은 서울 지역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을 선정했고요. 11월에는 기한이 만료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의 특허를 신세계와 두산에게 주었는데요. 그러면서 업계가 나란히 강조한 것은 상생, 사회공헌, 관광개발 등 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업체 별로 살펴보면 먼저 HDC신라면세점인데요.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HDC신라면세점은 일본 도쿄의 아키아바라를 모델로 삼아서요. 용산 전자상가가 IT, 전자 관광의 중심지로 부활하도록 외국 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인데요. 소유권이 나눠져 있는 선인상가는 개별 상인들의 의견 취합이 나진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워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 한화갤러리아는요?

조규봉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갤러리아면세점63은 경제, 교육, 문화, 복지 4개 분야에서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왔고요. 갤러리아면세점 63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다만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늦어지면서 당초 공약이었던 노량진 수산시장 연계 관광프로그램 개발이 정체돼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상생 역시 중요한 공약 중 하나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재래시장 바로 옆에 있는 신세계는 어떤지 궁금해요.

조규봉 기자▶ 남대문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은 상인들 대상의 서비스 교육을 시행했고요. 외국인 관광객 응대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전반적인 서비스교육을 시행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원래 신세계는 남대문시장과 손잡고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외국인관광객 1000만 시대를 앞당겨 상권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야시장 개발 계획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점상인 단체와 협의점을 찾지 못해 첫 발도 못 떼고 있거든요. 두산그룹의 경우 면세 사업권 입찰 당시 면세점 영업 이익의 최소 10%인 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첫 해 목표 매출인 5000억 원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목표 매출 달성이 어려우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사회 환원도 무산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첫 해 목표 매출 5000억 원이 어렵게 되면서, 사회 환원 금액 규모도 500억 원에서 하향 조정될 것 같습니다. 현재 두산은 일 매출 5억 원을 기록 중인데요. 두산은 이익이 날 경우, 당초 공약으로 내세운 영업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방침은 고수하고 있긴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리고 시내 면세점들의 공약 중 빠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주차 문제 해결인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시내 면세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 주차 문제인데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면세점 앞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문제가 많고요. 주택가 불법 주차와 해외 관광객 추태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 역시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앞으로 대안은 없을까요?

조규봉 기자▶ 일단 신규 사업장을 연 초반에는 각종 프로모션과 상품구성의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끌어들이기에 집중해야 하겠죠. 또 저마다의 전략으로 해당 상권을 관광 특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호시탐탐에서는 시내 면세점들의 부진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이기만 하는 면세점, 하지만 안에서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네요. 결국 면세점들은 백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아래에서는 발을 쉼 없이 굴러야 하는 백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면세점 사업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호시탐탐 마칩니다.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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