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집단시설에서의 결핵 발생이 2년 만에 두배 급증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구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이화여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의 결핵진단과 경기도 광주 어린이집 원생 20여명 및 경기도 여주교도소 같은 방 재소자 15명 중 12명이 잠복결핵 판정 등을 받은 등 어린이집·의료기관과 같은 집단시설에서의 결핵감염이 국민적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보육시설·학교·군부대·의료기관등 집단시설에서의 결핵발생건수가 최근 3년 동안 2배 이상 급증(1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결핵발생 집단시설 개수는 ▲’13년 3265개소 ▲’14년 4282개소 ▲’15년 7259개소 등 3년 간 총 1만4798개소에 달했다. 기관별로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 1222개소(2015년부터 별도 구분해 통계 산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포함한 학교 5665개소 ▲교정 및 복지시설 1550개소 ▲군부대 및 경찰 970개소 등이었다.
연도별 결핵 역학조사 시행건수도 급증해 ▲’13년 1200건 ▲’14년 1500건 ▲’15년 2821건으로 증가했다.
급증하는 집단시설 결핵발생이 위험한 이유는, 결핵 전파뿐 아니라, 잠복결핵자 증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결핵 환자 600명과 접촉한 의료진에 등에 역학조사를 시행한 결과, 결핵 확진자 139명, 잠복결핵보균자는 2950명으로 추정된 바 있는데 결핵환자 1명 당 잠복결핵환자가 5명이나 발생한 것이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지만 실제 결핵으로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전염성은 없으나, 10% 정도가 추후 결핵으로 발병하지만 적절한 치료 시 발병을 90% 이상 예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환자,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이 많은 어린이집, 학교, 의료기관, 교정시설,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에 결핵환자가 발생할 경우, 집단으로 결핵균에 노출되어 빠르게 전파되며, 결핵 발병 시 건강에 치명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 8월4일 면역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 산후조리사·교사·의료진 등 집단시설 종사자를 결핵검진 의무대상자로 포함시키는 결핵예방법 제11조가 시행됐지만 시행일에 맞춰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검진비용을 지원할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고가인 검진비용(1인당 4만원)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잠복결핵검진이 제대로 실행될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또 검진을 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가 200만원으로 검진비용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승희 의원은 잠복결핵검진비용을 보건복지부가 지원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다행히도 내년 예산안에 89억원이 책정되어 잠복결핵검진비가 지원될 전망이지만 잠복결핵검진비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잠복결핵검진 국가 지원의 근거로 결핵예방법 제20조 및 제28조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핵환자와 잠복결핵감염자 등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항이고,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 집단시설의 종사자나 교직원’을 대상으로 결핵검진, 잠복결핵검진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없다.
김 의원은 “집단시설 종사자에 대한 잠복결핵검진 의무화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잠복결핵검진비용 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이 89억 원에 불과해 대상자 중 상당수가 검진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결핵은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므로 환자수가 급증하는 집단시설의 잠복결핵검진을 위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 역시 결핵 예방을 위해서는 잠복결핵검진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에 이를 내용으로 하는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증감을 반복하던 결핵환자 발생은 2013년 이후 감소세이나 ’14년 기준, OECD 국가 중 결핵 3대 지표 모두 최하위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