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최근 교육부가 배포한 기념품과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의 일본해 표기가 문제된 상황에서 ‘동해 표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IHO(국제수로기구) 총회가 불과 6개월을 앞두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 상록을)은 해수부가 제출한 자료와 관련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해 표기’ 여부를 결정할 제19차 IHO 총회가 불과 6개월 남은 상황에서도 현재 해수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이 이를 전담하고 있을 뿐이고 마땅히 있어야 할 범정부차원의 대응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적으로 동해가 아닌 일본해 단독표기가 통용되고 있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에서도 CNN이나 BBC 등의 주요 외신들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the See of Japan)으로 보도한 바 있다.
심지어 일본과 영유권 문제로 외교마찰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조차도 각 국의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Baidu)와 얀덱스(Yandex)의 지도서비스 역시 동해가 아닌 일본해(日本海 / Японское море)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각국이 각 해역의 표시를 1929년 초판에서 일본해(Japan Sea)로 단독 표기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IHO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57년에야 IHO에 가입할 수 있었고, 1991년 UN에 가입해 1992년부터 동해 표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동해 단독표기’ 주장의 현실적 한계로 2002년부터는 동해와 일본해의 ‘명칭 병기’를 요구해왔으나, 지난 2012년 제18차 IHO 총회에서도 명칭 병기를 끝내 관철시키지 못하고 내년 모나코에서 열리는 제19회 총회로 연기된 상황이다.
특히 현재 IHO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이 제작 준비 중인 만큼 내년 4월 24일의 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가 한일 간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제19회 IHO 총회가 불과 6개월 남은 상황에서 현 정부가 동해 표기를 관철시킬 범정부적인 노력은커녕 이 문제에 제대로 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표기를 위한 해양조사원의 예산 자체가 1년에 20억 안팎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총회에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은 불과 16억5900만원으로 이전보다 오히려 감소돼 편성됐다.
‘총회 대응’ 항목은 작년도 예산까지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올해 1억8800만원, 내년도 예산은 불과 2000만원이 책정됐을 뿐이다. 그나마 부처 예산안에서는 총회 대응으로 4500만원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마저도 반 토막 이하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IHO에 지원하는 능력배양기금은 규모도 3억9900만원으로 전혀 변화가 없는데 이 금액은 일본이 지원하는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역시 기획재정부가 연례적으로 대폭 삭감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철민 의원은 “IHO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의 최근 판인 제3판이 제작된 게 60년이 넘었다. 만약 제4판도 ‘일본해 단독 표기’로 작성된다면 언제 이를 수정할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사실상 방기하는 모습은 위안부 문제의 졸속합의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 내년 IHO 총회를 해수부의 하급기관인 해양조사원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외교부,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망라한 범정부차원의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