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최근 ‘아름다운 여성 가슴의 조건’이란 콘텐츠로 큰 물의를 빚은 국가건강포털 사업. 이 같은 저질 콘텐츠의 양산은 보건복지부의 묵인 아래 대한의학회가 지난 8년간 콘텐츠 기획 및 운영을 독점해 온 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건강정보포털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의학회는 2009년 국가건강정보포털 컨텐츠 공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년 동안 단독으로 31억원에 달하는 포털 컨텐츠 구축 사업에 단독 입찰해 사업을 주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사업기간을 다르게 하고, 입찰 공고기간을 불규칙하게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한의학회의 사업독점에 도움을 주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구축은 지난 2009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소비자 건강정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사업제안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포털사이트의 구축과 운영을 연구용역사업 과제로 지정․공고, 대한의학회는 같은 해 3월 이 사업에 단독 입찰해 9개월간 연구용역을 맡기로 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4억2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8년 동안 대한의학회는 국가건강정보포털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하며 그 흔한 PPT 자료 한번 제시하지 않았다.
2011년 국가정보포털 연구용역사업은 정보화 사업을 위한 사업 수행을 위해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 입찰 받은 후 대한의학회는 소비자 건강정보 개발 및 콘텐츠 납품을 위한 협력업체로 참여한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매년 연구용역 기간과 금액을 다르게 책정하고, 사업 입찰 공고문 역시 불규칙하게 게시하는 방식으로 대한의학회의 포털 사업 독점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 8년 동안 대한의학회는 독점으로 이 사업을 전담해 왔다.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모두 사업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2009년 국가정보포털 연구용역사업 기간은 9개월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11개월, 2011년 9개월, 2012년 5개월 등으로 매년 사업기간을 다르게 책정했다.
문제는 공고일의 시기 또한 사업의 전년도 연구용역사업 종료 시점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이 종료될 즈음, 또는 종료된 직후와 일치하는 공고 게시일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의학회는 공백 기간 동안에도 대한의학회는 계속 포털사이트를 운영했다. 물론 관련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2년 ‘국가건강정보포털’ 연구용역에 참여한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의 인사가 2015년 심사위원을 맡은 사실도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1개 기관 응모 시 심사위원회에서 공모기관 선정여부를 결정한다”는 심사기준을 마련해 불규칙한 공고 접수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심사위원단의 편파적 심사로 대한의학회‘연구용역 몰아주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소비자 건강정보 개발’을 추진하면서 건강정보 개발을 위한 ‘내용 오류’의 검증을 대비해 전문가 감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가정보포털에 ‘아름다운 여성 가슴의 조건’이란 콘텐츠로 큰 물의를 빚었다.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대한의학회가 제작한 콘텐츠를 승인 심사해야 하는 전문가 감수는 지난 8년 동안 단 한건도 없었다.
기동민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특정 기관과 유착해서 8년 동안 국민의 세금 31여억원으로 대한의학회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은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범죄 행위다”며 “보건복지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