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심장정지 환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자동심장충격기는 1년에 30명도 안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도봉갑)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심정지 사고는 늘어가고 있는 반면 일반인의 ‘자동심장충격기’(이하 AED) 사용률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심정지 발생 건수는 총 13만8844건에 달했으며, 연도별로는 2011년 2만4902건, 2012년 2만6531건, 2013년 2만8170건, 2014년 2만9282건, 2015년 2만995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성별로는 남자(8만9207건, 64.2%)가 여자(4만9637건, 35.8%)보다 약 1.8배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55.4%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심정지 발생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제주가 68명, 강원 60.9명, 충남이 53.4명, 전남과 경북이 각각 51.8명, 경북 51.8명, 충북 51.2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 명당 심정지 발생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서 37.6명을 기록했다.
발생장소별로는 최근 5년간 가정 등을 포함한 ‘비공공장소’가 65.8%의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공장소’는 20.1%, ‘미상’ 11.2%, ‘기타’3.0% 순이었다. 심정지 발생에 따른 사망률은 90.1%로 하루 평균 68.6명이 심정지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5.2%를 제외하면 생존율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구급대원을 제외한 일반인의 AED 사용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은 전체 심정지 13만3844건 중 1만2850건으로 9.3%에 불과했으며 이 중 AED 사용율은 2011년 5건, 2012년 12건, 2013년 19건, 2014년 30건, 2015년 26건 등 매년 30건 미만의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5년간 전체 심정지 건수의 0.07%를 수준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여한 인원이 2013년 27만7598건에서 2015년 69만478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의무설치기관의 설치율 또한 저조한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AED 의무설치기관은 총 12,319곳으로 이중 AED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37.2%에 해당하는 4,580곳에 달했다.
특히 선박법에 따른 20톤 이상의 선박은 총 1025개소가 의무대상인 반면 설치는 51곳에 불과해 가장 낮은 설치율(5.0%)을 보였으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연면적이 2천제곱미터 이상이거나 전년도 일일평균 이용객수가 3천명 이상인 대합실의 경우 34.5%, 건축법에 따른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37.3%의 설치율을 보였다.
법정 의무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시설의 특성, 규모, 이용객 수 등을 고려해보면 심정지 응급환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의 설치율도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재근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2014 응급의료기구 안전 실태조사(AED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백화점, 학교, 영화상영관, 놀이공원, 찜질방, 유람선 터미널, 유치원․어린이집, 500세대 미만 아파트,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다중이용시설 120개 장소를 선정해 AED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32%에 해당하는 38개 장소에만 AED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대비 AED 보급률도 문제였다. 동 자료에 따르면 AED 1대당 인구수를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현저하게 뒤쳐진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 AED 1대 당 인구수는 약 133명, 일본의 경우 약 289명이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AED 1대당 인구수는 무려 약 350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조한 인식률도 문제였다. 우리나라 국민의 68.7%는 AED를 본 적이 없고, 51.9%는 AED 사용과 관련한 홍보를 접한 바 없었다. 또한 76.7%는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치된 AED의 관리부실 또한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기준 지역별 보건소의 AED 불량률은 3.3%%로 전년도 불량률 2.3%에 비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가 아녔다. 2015년 12월 말 기준 전국 보건소는 254개소인 반면, AED 불량률을 전산에 등록한 곳은 2015년과 2016년을 합해 73곳에 불과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AED 구비 및 관리실태 등의 사항은 신고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부의 2017년도 AED 설치 지원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의 AED 관련 2017년도 예산안은 11억1300만원으로, 올해 예산인 12억3700만원에 비해 1억2000만원 이상 줄어들었다.
인재근 의원은 “유럽의 심폐소생 생존율은 평균 9%로 우리나라 보다 약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의료인, 국민들이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스웨덴의 경우,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의료센터에서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구조대에 연락을 취하고, 구급차 도착 전까지 제세동 조치를 하도록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 같은 체계의 구축 위해선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면밀하게 관리되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은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정지 발생 시 생존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AED의 보급을 확대하고, 대국민 인식률을 제고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재정비하는 등 정부차원이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라며 “의무설치기관의 AED 관리를 강화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심정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