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이 좋은 계절에 도담 김민경 작가의 민화전에 초대합니다. 바쁘시더라도 부디 참석하시어 개막의 징소리를 함께 울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김민경씨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부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대표 부인의 전시회 홍보를 위해 정부의 핵심사업을 주관하는 박명성(53) 신시컴퍼니 대표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가 지난해 말 자신이 소유한 갤러리를 김씨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사실을 한 매체가 20일 보도했습니다.
박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47)씨의 후임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직에 오른 사람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아내의 일을 보답하기 위해 박 대표의 단장 임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씨의 전시회가 열린 시점이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기 다섯 달 전이라는 사실도 논란거리입니다. 만약 ‘청탁’ 목적을 지니고 김씨의 그림을 구매한 사람이 있다면, 이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당시 미술계에서는 전문화가로 보기 힘든 김씨가 전시회를 연 것을 두고 ‘뒷말’도 무성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20일 춘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직후 “박 대표는 내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교류해 온 사이”라며 “평소 친하게 지낸 10여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어 “박 대표의 갤러리는 주로 무상으로 초대 작가전을 여는 곳”이라며 “갤러리 무상 대여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선거를 준비하느라 바빠 부인의 그림이 고가에 팔린 과정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당은 이날 이 대표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이 대표는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티즌은 “4만원짜리 떡을 받아도 고발당하는 판국에 부인이 전시장을 공짜로 빌리는 혜택을 받았는데 문제가 안 되겠나”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당신이 판단할 일은 아니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요”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도덕적으론 문제가 있다는 걸 당신도 아는 거네?”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새누리당 전매특허인 고소 고발을 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는 22일 전국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충북도를 방문합니다. 시내버스민생투어를 통해 국민에게 쓴소리도 듣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고요.
민생투어도 좋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몰랐다’는 말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충분한 해명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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