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범신-박진성 성추문으로 드러난 문학계의 민낯

[친절한 쿡기자] 박범신-박진성 성추문으로 드러난 문학계의 민낯

기사승인 2016-10-24 16:45:11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소설가 박범신이 성추문에 휩싸였습니다. 자신을 ‘청춘작가’라 부르는 박범신은 여학생을 향한 노인의 욕망을 그린 영화 ‘은교’의 원작자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입니다. 최근에도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해 ‘섹시하게 살자’는 주제로 길거리 강연을 펼쳐 박수받기도 했고, 장편소설 ‘유리’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기 소설가라 충격은 더 큽니다. 사과문을 두 번이나 올렸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박범신의 성희롱 사건은 전직 출판 편집자 A씨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지난 21일 A씨는 2년 전 박범신의 수필집을 편집할 당시 박범신의 강압으로 자신을 포함한 편집팀과 방송작가, 팬 2명 등 여성 7명이 대낮부터 술자리를 가졌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박범신이 옆에 앉은 여성의 허벅지와 허리를 주무르는 등 “룸싸롱 종업원과 손님이나 다름없는 신체접촉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참석한 여성들을 ‘은교’라 부르기도 했다죠.

또 소설 ‘은교’가 영화화될 당시에도 박범신이 자신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고은에게 “고은씨는 경험이 있나?”라며 “이 은교라는 캐릭터는 말이야, 남자에 대해서 모르면 해석하기가 곤란해”라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박해일이 당황해서 “에이, 선생님. 왜 그러세요”라고 넘어갈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A씨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성희롱의 당사자로 언급된 방송작가의 동료 B씨는 자신의 SNS에 "글에 오르내리고 있는 당사자는 성희롱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고 한다"는 글을 올리며 반박했습니다. 이어 "방송작가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성적 수치심을 견뎠다는 뉘앙스의 글은 방송작가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주장했죠.

해당 글에서 팬으로 언급된 C씨도 성희롱이라는 표현에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C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선생님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손을 잡고 얼싸안았다”며 “오랜 팬과의 관계에서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행동이다. 기분이 나쁘고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일까지 본인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기정사실인 양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폭로와 반박으로 이어지는 SNS 공방전과 관계없이, 박범신은 두 번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과문이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박범신은 성희롱 의혹이 처음 제기된 21일 자신의 SNS에 “스탕달이 그랬듯 ‘살았고, 썼고, 사랑하고’ 살았어요”며 “오래 살아남은 것이 오욕 죄일지라도, 누군가 맘 상처받았다면 나이 든 내 죄겠지요. 미안해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곧 삭제됐습니다. “진정성이 없다”, “젊었으면 괜찮다는 거냐”는 등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박범신은 23일 다시 한 번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는 "내 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라며 "인생, 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팩트의 진실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라요. 내 가족, 친구, 지인, 동료작가들, 날 사랑해준 독자들에게도 사과드려요"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았고, 박범신은 결국 자신의 SNS를 폐쇄하고 말았죠.

23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박범신은 성희롱에 대해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범신은 전화통화에서 “내 나름대로는 다정함을 표현하고 분위기를 즐겁게 하느라 손을 만진 적은 있어도, 몸을 더듬는 것은 안 했다”며 “몸을 더듬는 건 평생에 없는 일이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범신의 성추문과 함께 박진성 시인의 성추행도 함께 화제에 올랐습니다. 한 여성이 지난 19일 SNS에 “지난해 미성년자인 저는 저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해 다수의 피해자가 연이어 고발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또 다른 여성은 “박진성이 자살을 하겠다고 연락해 새벽 기차를 타고, 그가 거주하는 대전에 내려갔다”며 “술을 마시고 있던 박진성 시인이 ‘너는 색기가 도는 얼굴’이라고 말했다. 키스를 하며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 이후 박진성과 노래방에 가서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이에 박진성은 지난 22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어쩌면 박범신과 박진성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김현 시인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문단의 성추행 사건들을 고발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걸레 같은 X, 남자에게 몸 팔아 시 쓰는 X” 등 성적 비하발언을 듣거나, 어떤 남자 시인들이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의 이름을 늘어놓으며 ‘꼴리는’ 순으로, ‘따먹고 싶은’ 순으로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고 폭로한 것이죠. 그는 지금도 작가 지망생들의 피해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망설이고 있을 성추행 당사자들이 하나, 둘 고발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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