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경찰이 ‘살수차 안전성 증진’ 예산으로 4억7000만원을 편성한 것이 사실상 살수차의 업그레이드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경기 군포시갑,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이 25일 경찰청으로부터 제공 받아 공개한 ‘살수차 안전성 증진 세부 도입 계획’을 보면, 경찰은 19대의 살수차에 1대당 2463만 원 어치의 장비 도입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경찰이 내년도 예산 가운데 4억6800만원을 요구한 살수차 안전 증진 장비 사업의 대부분이 사실상 기존 살수차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 중 가장 큰 항목은 최루액과 염료를 자동으로 혼합하기 위한 전용 혼합기(1대 당 383만원)다. 이는 최루액과 염료의 농도를 운전석에서 버튼으로 조절하기 위한 장비다.
기존에는 차량에 부착된 수동 조절 장치로 농도를 조정해 놓고, 최루액 혼합 여부만을 운전석에서 제어해 왔다. 즉, 시위대에게 쏘기 위한 최루액의 농도를 조작요원이 보다 편리하게 높였다 낮췄다 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경찰이 살수차에 섞어 사용하고 있는 최루액(PAVA)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른 주장이 여전히 공존하는 상태다. 경찰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영향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진 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경찰은 물을 쏘는 방수포와 지붕포의 카메라 기능을 높이고 방수포 측면에 전체 상황 조망을 위한 카메라를 새로 설치하는 예산으로 1대 당 350만원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1대였던 모니터의 해상도를 높이고 살수 전용 모니터를 1대 추가로 설치하는 예산으로 1대 당 180만을 요구했다.
경찰은 촬영된 영상의 녹화장비(DVR)와 사용 당시 수압을 자동으로 측정해 저장하는 디지털 압력계 설치를 위해 차량 1대 당 41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이는 백남기 선생과 같은 사고 발생을 대비한 장치일 뿐 실제 사고가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장비가 아니다.
도입 예정인 장비 가운데 실제 살수차의 안전성을 위한 장비는 거리 측정기(1대 당 260만원)와 안전밸브(1대 당 180만원) 뿐이다. 거리 측정기는 지난 결산심사 때 국회에서 지적된 사항으로 당시 국회는 “경찰은 살수차 발사대상과의 거리측정장비를 비교적 소액의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살수차 운용지침은 거리에 따라 압력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거리가 멀다고 높은 수압의 물을 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던만큼, 거리 측정이 살수차의 안전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안전밸브는 물 펌프 압력이 규정압력(15bar 이하)을 넘지 못하도록 강제로 내려 주는 장비라고 경찰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있었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보좌진 상대 살수차 시연 당시 경찰은 이미 압력이 15bar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프로그램화 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신규 장치 장착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청은 “해당 프로그램은 패널에 설치돼 있는 것인데, 신규 장치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배관에 아예 압력 제어 밸브를 달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신규설치 대상 장비들은 살수차 조작요원의 시야를 확보하고, 과도한 압력으로 살수되는 것을 방지하며, 살수압력 및 주변상황 등 살수차 운영상황을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고, 교체대상 장비들은 살수차 노후화에 따른 기능저하로 인해 살수차의 안전한 운용을 위해서는 신규장비와 함께 교체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정우 의원은 “경찰이 새로 편성한 안전성 증진 장비 예산은 사실상 살수차의 업그레이드 예산에 불과하다”며 “살수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길은 모니터 해상도를 높이고 녹화 장치를 새로 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직사 살수 자체를 하지 않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살수차가 사람에게 쏠 때 가슴 이하로 살수하는 것이 가능한 장비가 애초에 아니다”라며, “결국 살수차의 안전성은 신규 장비로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는 직접 살수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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