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물들인 시국선언 물결… “기회불평등에 대한 저항”

대학가 물들인 시국선언 물결… “기회불평등에 대한 저항”

기사승인 2016-10-27 08:31:54

‘대통령 규탄’ 회견·성명 잇따라

“국정운영 자격 상실”

진상규명 조사 촉구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실이 충격을 던진 가운데 대학생들의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입학 의혹을 제기하며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낸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은 26일 오전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엔 총학생회를 비롯해 각 단대 학생회 등 학내 28개 학생단체가 함께했다.

이대 학생들은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국정을 넘겨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대 총학생회장 최은혜씨는 “박 대통령은 진정성 없는 사과를 통해 전대미문의 국기 문란 사태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면서 “비선실세 최씨와 박 대통령을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희 전 총장의 ‘해임 촉구’ 활동을 벌였던 암행어사실천단의 오지수 단장은 “이대생의 오랜 싸움 끝에 최 전 총장이 사퇴했으나 이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면서 “최순실 비리를 몰아내는 것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서강대 학생들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순실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은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순실게이트로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들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덮는 수준의 변명’이었다”며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적 불신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라”고 덧붙였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오늘, 대한민국의 주인을 다시 묻는다’는 성명서를 내걸고 “박근혜 정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권을 대표자로서 올바르게 행사한 것이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그대로 넘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를 그 자신이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위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27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앞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규탄’ 시국선언문을 공개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이름도 모르는 개인의 이익추구를 위해 이용했다는 의혹 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일개 개인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 됐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탄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이번 시국선언에 뜻을 같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대도 동참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 위에 실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세에 의한 비리가 정재계를 비롯한 이 나라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통탄한다”고 전했다.

이어 “항간에는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최순실이며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돌았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진실들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사실로 그려내고 있다”며 “현 사태를 이 나라의 미래세대로서 규탄하고 정확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의 시국선언 물결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동국대, 한국외대 등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기회 불평등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저항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 입장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기회불평등이나 특권층에 대한 특혜문제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곤 한다. 국정 전반이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거나 위법적 권한이 부여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측면들에 대한 저항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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