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제약사에게 한약사와의 거래를 끊도록 강요한 약사들의 모임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이하 공정위)는 약사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이 유한양행 등 91개 주요 제약회사에게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이하 한약국)과는 거래하지 말도록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하고 과징금(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약준모(3천여 명의 약사를 회원으로 보유한 사업자단체로 2002년 설립)는 2015년 5월 한약국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같은 해 5월~6월 불매운동 시도, 공문발송 등의 방법으로 91개 제약회사에게 한약국과 거래를 거절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약국은 약사법에 명시된 ‘약국 개설자’로 전체 약국의 2.7% 수준이다. 약사법(법 제44조)은 약국개설자(약국, 한약국)라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취지 상 한약국은 한약제제가 들어간 일반의약품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약준모는 2015년 5월 유한양행을 대상으로 한약국과의 거래를 거절하도록 요구하며 불매운동을 시도하는 등 거래중단을 강요했고, 같은 해 6월 외국계를 제외한 20위권 내 제약회사 전부를 포함해 90개 주요 제약회사에게 한약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거래도 개시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거래 중이던 34개 한약국과의 거래를 일괄 중단하는 등 유한양행을 비롯한 총 10개 제약회사가 거래중단을 선언했고, 거래중단을 명문으로 선언하지 않은 제약회사 중 일부도 유사한 시기에 한약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개시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준모가 유한양행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보내온 답변서는 약사님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각서수준의 답변서입니다. 이에 비대위는 보내온 회신을 유한양행의 공식 답변서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다시 답변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 명확하게 기존 거래중인 한약사와의 정리를 언제까지 할 지 명시할 것 -. 앞으로 한약사에게 일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할 것’이라고 돼 있다.
또 ‘비대위는 유한양행의 기존 한약사와의 거래 중지에 대한 세부계획과 이후 한약사와의 신규거래 불가에 대한 확답을 받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향후 귀사에서 기존 한약사 개설약국과는 빠른 시일 안에 거래를 정리하고, 신규 약국 거래 시에는 한약사 개설약국 여부를 철저히 사전 검증하여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2015년 6월 8일까지 해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상기 요청에 대한 귀사의 응답은 모든 약사님들께 전달 될 것이며 귀사의 응답에 따라 약사님들은 귀사와의 신뢰관계 유지에 대해 판단할 것입니다. 회신은 반드시 정식공문으로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라며 제약사를 압박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이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4호 불공정거래행위 강요행위 중 거래거절강요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제약회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약사단체라는 점을 이용해 제약회사들의 거래처 선택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또 다수의 주요 제약회사가 동시에 거래를 거절하도록 함으로써 한약국과 약국 사이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한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약국과 한약국간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위한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소멸되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이에 약준모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및 제약회사 대상 위반사실 통지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