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온 국민의 관심이 국회 청문회에 집중돼 있는 동안 ‘역할놀이를 즐긴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대신 수행 중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도 의전이 말썽입니다. 황 권한대행은 전부터 의전 문제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을 앞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방문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이를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갖춰달라”는 말로 받아들였고요. 총리가 국회를 방문할 때에는 별도의 의전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요청으로 결국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과 정 국회의장이 마중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3월에도 서울역 플랫폼으로 검은색 에쿠스 관용차를 타고 들어가 ‘황제 의전’이라는 빈축을 샀습니다. 시민은 황 권한대행이 열차에 오를때까지 플랫폼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관용차가 정차해야 한다는 이유로 KTX 오송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을 태우려던 버스를 내쫓기도 했고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황 권한대행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오는 20~21일 열릴 예정인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전례가 없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고민 중”이라고 에둘러 거절 의사를 밝힌 겁니다. 대신 황 권한대행은 ‘민생·교통 치안 현장방문’에 나서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를 방문하고, 보수인사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논의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을 겨냥해 “본인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출석 안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흘린다”고 비난했죠. 같은 당 추미애 대표는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국회를 무시하거나 탄핵 민심을 외면하는 불통 행태를 보이면 국회 차원에서 거취를 재고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시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4일 부산 시내 곳곳엔 ‘황교안은 박근혜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 100여 장이 일제히 나붙었습니다. 플래카드를 게시한 시민단체 ‘부산민중의꿈’은 “황교안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자 공범으로 퇴출돼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오는 17일 열리는 8차 집회에서 황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퇴진행동 측은 황 권한대행을 “박근혜의 아바타에 불과하다”고 꼬집기도 했죠.
지금 대한민국에는 탄핵 정국으로 방치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현재 한 달 만에 살처분 된 가금류는 150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사상 최대 피해 규모 입니다. 경제 전망 역시 어둡습니다. 위축된 소비심리와 실물경제 침체의 장기화 우려 때문입니다.
대통령까지 끌어내린 ‘촛불의 힘’입니다. 그 분노의 화살은 벌써 황 권한대행을 향하고 있습니다. 후일 역사는 황 권한대행을 단기간 ‘대통령 코스프레’를 한 인물로 평가할까요, 아니면 국정을 수습하고 민생을 챙긴 인물로 평가할까요. 국민은 모두 후자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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