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영화 '마스터' 강동원

[쿠키인터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영화 '마스터' 강동원

기사승인 2016-12-20 18:20:43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은 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형사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썩은 머리를 잘라내겠다”고 공언하는 김재명은 당연한 일을 하는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환상 속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대사가 유치한 편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김재명은 오글거리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영화에요. 복잡한 것 없이 직접적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쉬운 영화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관객에게 통쾌함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선택했죠. 저는 너무 잔인하거나 어두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마스터’는 가볍고 주제가 명확하고 권선징악도 확실한 영화죠.”

한국영화에서 형사는 흔한 직업이지만, 강동원이 형사 배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전에는 형사 역할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 나이가 되니까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30대 중반에 이르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예전에 비해 사사로운 일에 신경을 덜 쓴다”고 말했다.

“저는 일에 관해서는 슬럼프를 겪어 본적이 없는데, 20대 중반쯤에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어요.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 싫었죠. 그때 제가 할 일 열심히 하면서 혼자서 많이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무시할 건 무시하자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극복했죠. 지금은 별로 신경을 안 써요. 대신 정말 중요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요. 나중에 나이 들어 죽음이 다가오면 ‘우리 곧 죽겠구나’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둬야겠다고 생각하죠.”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부분도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강동원은 “데뷔 때부터 자신감이 없어도 자신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축구부에서 만난 친구가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생긴 신조다.

“같은 축구부 친구가 선배들 앞에서 자신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더라고요. 실제로 실력도 좋았고요. 그때부터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자는 자세로 살아왔어요. 대신 실력은 갈고 닦아야죠. 연기자에게 필요한 건 겸손함 보다 현장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수백 명이 쳐다보는 환경에서 연기해야하는데, 너무 겸손한 자세로만 연기하면 주눅 들고 힘들어 질 수 있거든요.”

강동원은 일을 할 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성격이다. 쉼 없이 일하는 그에게 일중독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강동원은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것은 일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강동원에게 영화란 취미와 같은 재미있는 일이다. 강동원은 새로운 영화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일 중독은 아니에요. 저도 집에 있으면 촬영 나가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배우가 저에겐 잘 맞는 것 같아요. 인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혼자서 분석하면서 캐릭터 설정을 다 끝내요. 인물을 처음 설정하고 디자인할 때 쉽게 하는 편이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현장에서도 많이 놀아요. 엄청 힘든 장면을 앞두고서도 계속 농담하다가 찍고…. 그런데 놀면서도 생각의 중심이 늘 영화에 있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영화에 도움이 될 만한 게 보이고요. 이런 게 제 성격인 것 같아요.”

하지만, 강동원에게 ‘마스터’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앞서 인물 만들기와 촬영의 재미에 관해 말하던 그는 “‘마스터’를 찍으면서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기존의 호흡이나 발성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노력했기 때문이다. 강동원은 이 시도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촬영 시작하자마자 엔딩을 촬영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죠. 시나리오가 중간에 수정되기도 했고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조의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최대한 처음의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했고, 영화에는 그게 잘 반영된 것 같아요.”

13년을 연기자로 살며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동안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강동원은 인생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고민하지 않고 “언제나 행복한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도 다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저는 언제나 행복한 게 좋아요. 그런데 요즘은 주변 사람들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널리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는 힘들겠지만, 제 주변 사람들 정도는 챙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게 나이 들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 같아요. 예전에는 혼자 열심히 잘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굉장히 이상적인 생각을 해요. 요즘은.”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