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6년 국내 체육계 명암을 돌아보다… 스포츠 10대 뉴스

[기획] 2016년 국내 체육계 명암을 돌아보다… 스포츠 10대 뉴스

기사승인 2016-12-30 02:34:10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올 한해 국내 체육계는 복잡다난(復雜多難)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비리와 각종 승부조작 사건은 공정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야 할 스포츠계에 흑암을 드리우며 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한편으로 올림픽에서의 무난한 성적, 박태환의 부활, 엘리트·생활체육 단체 통합 등의 소식은 희망의 싹을 틔웠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리그 오브 레전드·스타크래프트2 등 e스포츠 종목에서 한국은 종주국으로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2016년을 이틀여 남겨두고, 올 한해 국내 스포츠분야 뉴스를 열 가지로 정리했다. 

체육계에도 들이닥친 최순실 돌풍

올해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최순실 게이트’는 체육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나라를 쥐락펴락한 최순실씨가 ‘스포츠 대통령’으로 통하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꼭두각시 인형 부리듯 조종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사업 및 행사, 인사권을 주무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수상한 사조직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원의 자금을 출연하고,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사주를 받고 하수인 노릇을 했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가 쥐고 흔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정부 예산이 무분별하게 흘러 들어갔는데, 최씨의 딸 정유라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판정상 특혜를 받은 데 이어 대한승마협회와 삼성을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한 청탁도 추진했다.

그 어느 곳보다 공정성이 보장돼야 할 체육계는 각종 비리와 인맥질로 얼룩졌고, 아직 들춰지지 않은 스캔들 역시 상당수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돼 비극은 좀처럼 매듭지어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올림픽 양궁서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톱10 진입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대륙에서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9개 은3개 동9개의 성적으로 당초 예상했던 금메달 10개에는 못 미쳤지만, 종합 8위로 톱10진입 목표는 달성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그러나 특정 종목에 편향된 메달획득은 아쉬움을 남겼다. 기대를 모은 탁구와 배드민턴, 유도 등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폭 넓은 기량향상의 과제를 남긴 것. 박인비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열린 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박태환, 마음의 짐 풀자 훨훨… 제2의 전성기 일궈낼까

김종 전 문체부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포기 종용을 받은 박태환이 천근같던 마음의 짐을 풀자 훨훨 날았다. 박태환은 지난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재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400·15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특히 200m에서는 1분41초03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전성기 못지않은 컨디션 쾌조를 보여줬다. 

리우 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낸 박태환은 이 대회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까지 완벽히 제압하며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한창 폼을 절정까지 끌어 올렸던 시절 세운 쇼트코스 기록들을 이번 대회에서 전부 갈아치울 정도로 박태환의 경기 컨디션은 절정에 달해 있다. 박태환은 내년 7월 롱코스 세계선수권을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인공지능의 잠재 내지는 위험… 알파고, 바둑으로 이세돌 이겨

‘인간 대 인공지능’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두뇌싸움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파란을 일으켰다. 당초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이세돌에 4대1 승리를 거두며 세계는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는 패러디와 함께 “곧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이세돌이 대국 중 알파고의 매우 이례적인 한 수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면이 미디어를 타며, 파편적이고 고정적인 사고방식에 경종을 올리기도 했다. 대국을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된 알파고의 방식에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이 IT 업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알파고 개발사인 딥 마인드는 ‘제2의 인간 대 인공지능’ 대결 종목으로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다.

방향타 잃은 슈틸리케호… 월드컵 최종예선서 고전

지난해만 해도 환호성을 가득 싣고 순항을 이어가던 슈틸리케호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좀처럼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며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지난해 연승, 무실점 경기 등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제2의 히딩크’로 칭송받던 슈틸리케는 불과 1여년 만에 경질설에 시달리게 됐다. 환호성과 야유는 한 끗 차이라는 명언이 꽤 그럴싸하게 들어맞은 한 해였다.

한국은 9월1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3골을 넣은 뒤 2골을 내리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승리를 따냈으니 앞으로 개선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제3국에서 치러진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 시종일관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때부터 비난의 불씨가 피어올랐을까. 10월6일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 가까스로 3대2 승리를 거두며 한숨을 돌렸으나 이란 원정에서 0대1로 패하며 조 3위까지 쳐졌다. 11월15일 홈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대1로 누르며 이란에 이은 2위(승점 10점)에 랭크됐으나 앞으로 다수의 중동 원정과 함께 칼을 갈고 있는 중국과의 원정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탓에 슈틸리케호는 방향타 잃은 배 마냥 아슬아슬한 표류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이 공격수 부재를 언급했다가 몰매를 맞은 상황에서 코치·선수단 규합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10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국내대회는 서울·수원이 양분

전북 현대가 10여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맹주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북은 UAE 소속 알 아인과 결승에서 만나 1차전 승리에 이어 2차전 무승부를 기록하며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K리그 클래식은 시즌 막판까지 초접전이 펼쳐진 끝에 FC 서울이 전북을 승점 3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공교롭게도 서울과 전북이 맞붙었는데,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짓는 전북과 달리 좀 더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인 서울이 전북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반면 FA컵에서는 수원 삼성이 결승전에서 라이벌 서울을 만나 승리를 거두며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엘리트·생활 체육계, 이기흥 회장 중심으로 단일체제 출범

엘리트 체육계와 생활 체육계가 단일 단체를 출범시키며 한국 스포츠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엘리트 체육 연합체 격인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 본산인 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 3월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켰다. 10월 실시된 선거에서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선출됐다. 이 회장은 “결집에 모든 역량을 쏟아 산적한 문제들을 유기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두산, ‘판타스틱 4’ 앞세워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석권… 제2의 왕조 수립하나

한때 국내 프로야구계를 호령했던 삼성의 포스만큼이나 대단한 팀이 탄생했다. 바로 두산이다. ‘판타스틱 4’를 앞세운 선발진과 쉬어가는 타순이 없을 만큼 단·장타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낸 타선은 ‘완벽’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시즌 중반 7할을 뛰어넘는 승률로 독주를 이어갔던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는 NC 다이노스를 4대0으로 침몰시키며 무적의 기세를 자랑했다. 지금의 엔트리를 무난히 유지하는 한 내년도 두산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만연한 승부조작의 유혹

ACL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성적만 놓고 보면 국내 리그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어야 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전북은 2013년 팀 소속 스카우트가 심판에게 뒷돈을 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승점 9점 차감과 벌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았다. 승점 3점 차로 우승을 놓친 점을 감안하면 전북의 이번 징계는 상당한 파급이 있었다. 더구나 이번 승부조작 사건으로 차 시즌 ACL 출전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최고 인기구단으로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야구계에서도 승부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말 터진 원정도박 사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태양, 문우람, 유창식, 이성민이 ‘검은 속삭임’에 속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것. 

4월에는 창원지검이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이승현과 정우용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수사결과를 공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승현의 경우 세계챔피언 출신인지라 팬들의 실망은 상당했다.

아직까지 프로 스포츠계에 검은 손의 유혹이 만연하게 드러나 있지만 뚜렷한 대비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새로이 태동한 e스포츠의 바람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은 올해에도 부각됐다.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한 한국 3개팀(SK텔레콤 T1, 락스 타이거즈, 삼성 갤럭시)은 나란히 4강에 이름을 올리며 해당 종목 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에서 변현우가 같은 한국선수 박령우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블리즈컨에서 진행된 신생 e스포츠 대회인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무실세트의 괴력을 발휘해 초대 국제대회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한국에서 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e스포츠 종목을 모두 휩쓴 셈이다. 

e스포츠 최고의 인기스타인 이상혁(20·Faker)은 올해 말 소속팀과 최소 30억 원에 연봉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스포츠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28·볼티모어)의 33억6000만원,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30억 원에 맞먹거나 그 이상인 액수다. 알려진 연봉으로 따지자면 구승빈(21·Imp), 장경환(25·Marin)이 약 13억8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연봉기록을 보유 중이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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