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전국민 분노케 한 병신년(丙申年) 유행어 “모른다”

[친절한 쿡기자] 전국민 분노케 한 병신년(丙申年) 유행어 “모른다”

기사승인 2016-12-30 11:01:33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모르는 사람이다”

반기문 유엔 총장 측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한 말입니다.

반 총장 측은 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여성평화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남희 IWPG(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와 우연히 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김 대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면 유엔 총장으로서 거절하기 어렵다. 그동안 함께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반 총장은 신천지 관련 단체인 IWPG 홍보 영상에 등장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영상에 등장한 시간은 1초에 불과합니다. 김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단 이유만으로 반 총장이 신천지 측과 친밀한 사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은 여전히 공분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 측의 “모른다”는 주장이 거부감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는데요.

그동안 국민은 “모른다”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수차례 들어야 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죄다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참석한 조여옥 대위는 ‘비선 의사’로 지목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과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 가글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용도는 모른다”고 말했죠.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최순실씨를 알지 못한다”며 “국정농단 묵인 또는 방조 역시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 28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대통령은 최씨의 사익추구와 이권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박 대통령은 무관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가 발생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장본인이 없다고 합니다. “모른다”는 발언이 국민의 분노를 키우는 이유입니다.

네티즌은 “무슨 말만 하면 다 모른대. 그럼 아는 게 뭐에요?”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사람들이 정치는 어떻게 했는지 몰라” “국정을 가지고 놀았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죄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병신년 최고 유행어는 ‘모른다’일 거야” “대통령님 축하드립니다. 2016년 먹방(먹는 방송) 여왕에 등극하셨습니다. 왜인지 모르세요? 나라를 말아 드셨잖아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대다수 증인들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최씨와 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분노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회피가 아닌 진상규명일 텐데요. 새해에는 ‘진실’과 마주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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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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