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이소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기 위해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며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박연차 금품수수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오후 5시38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권력 의지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한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 수 있는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저는 분명 각오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단상 앞에 선 반 전 총장은 “날씨가 춥고 저녁 늦은 시간에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끝내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기간 10년을 “인류의 평화와 약자의 인권 보호,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변화 대처,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은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십 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조국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대단히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활기를 잃었으며 사회는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있다. 젊은이들의 꿈은 꺾였다”고 말했다.
이어 “총체적인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민생 없는 발전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부의 양극화, 이념·세대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인사 내내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얻은 ‘식견과 경험’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국민이 과거에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특유의 저력과 힘을 발휘한 것을 봤다”면서 “현재 국민 사이에 잠시 이견이 있고 다툼이 있지만 정쟁을 중단하고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아침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아나듯이 다시 밝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제 이름이 왜 거기에 등장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제 말씀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반 전 총장은 ‘밀실·졸속 협상’이라고 비판받는 ‘12.28 한일협정’을 두고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쟁이 있는 당사국 간에 협상을 통해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존중해왔다”며 “한일 양국 간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문제가 합의된 것에 대해선 환영한다는 뜻”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만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본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너무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공직선거법 출마 조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좀 실망스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과거엔 분명히 자격이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자꾸 그 문제를 거론하는 의도를 의심해봐야 한다. 정당치 않다”고 강하게 말했다.
반 총장은 약 20여 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 직통 열차 표를 직접 끊고, 편의점에 들려 물을 샀다. 그는 서울역에 도착한 뒤, 대합실에서 약 20분가량 머무르며 국군장병라운지와 정보센터 등을 방문한다. 이후 차량을 이용해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귀가할 예정이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