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반기문 회의론’이 제기돼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반 전 사무총장 측은 바른정당에 합류 의사를 타진하며 ‘당 대 당’ 통합 형식을 주장했다. 반 전 총장 사무총장 측은 먼저 충청권 의원들과 마포캠프 친이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정당 규모의 세를 형성한 뒤, 2차로 바른정당과 합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합류조건으로 바른정당 내 공석인 사무총장직과 캠프 인사들의 지역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대화를 한다고 해도 어떤 전제조건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꾸준히 반 전 사무총장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18일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 전 총장님이 스스로를 개혁적 보수라고 말한다”면서 “바른정당도 합리적 중도세력을 끌어안는 정당을 지향하기 때문에 (반 전 사무총장과) 상당 부분 합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같은 날 대구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반 전 사무총장은 머지않아 우리 당으로 오게 돼 있다”고 확신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에서조차 ‘반기문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입국한 이후 연일 ‘보여주기식 행보’로 여론이 악화된 탓이다. 바른정당마저 반 전 사무총장을 환영하지 않으면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반 전 사무총장의 선택지 중 하나였던 국민의당은 입당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우리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면 문호를 열 수 있다”며 반 전 사무총장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18일 “반 전 사무총장의 언행이나 함께하는 인사들이 국민의당 정체성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면서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대의 문을 완전히 닫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반 전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 전 사무총장은) 제2의 고건이 될 것”이라면서 중도 사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바른정당에 들어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의당에 들어가 ‘고위험 고수익’을 노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른정당에는 유승민 의원이 있고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의원이 있다. 둘 다 반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엔 꽃가마를 타고 영입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반 전 사무총장은 어느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못하고 마치 유랑극단 단장처럼 떠돌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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