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 걸어온 LG전자 스마트폰...'G6'는 통할까

'가시밭' 걸어온 LG전자 스마트폰...'G6'는 통할까

기사승인 2017-01-20 07:58:21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6’ 공개가 임박하면서 부진에 빠진 모바일 사업에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LG전자는 세계 각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G6 발표 행사 초청장을 발송했다. 지난해에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7’ 개막 전날인 다음달 26(현지시각) 행사를 갖는다.

G6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브랜드의 이미지 리딩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적자의 늪에 빠진 모바일 전담 MC사업본부를 구해야 하는 중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벼랑 끝몰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최근 LG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147819억원, 영업적자 353억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20104분기 이후 6년 만의 분기 적자로 MC사업본부의 적자액 누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MC사업본부는 20153분기 77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8000억원에 육박하는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금융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MC사업본부 영업손실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연이은 흥행 실패가 있다. LG전자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이미 선두를 달리기 시작한 애플,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삼성전자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LG전자는 2005년 매끈한 디자인을 앞세워 출시한 피처폰 초콜릿폰으로 1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07년 해외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혁신의 신호탄을 쐈지만 LG전자는 기존 성공에 안주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2009아이폰3’가 국내에 상륙해 시장을 흔들었고 삼성전자가 2008년부터 선보인 옴니아시리즈로 힘겹게 방어를 시도할 때도 대응하지 못했다.

LG전자는 2010년 급히 안드로1’, ‘옵티머스시리즈 등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미 프리미엄 위치를 굳힌 아이폰과 이를 벤치마킹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에 가려졌다. 대세로 떠오른 안드로이드운영체제(OS)를 적용했지만 쿼티 키보드 탑재로 어중간한 컨셉과 디자인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옴니아로 시장 경험을 쌓은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애플의 디자인을 따라간 것과 대비된다.

이후 플래그십 모델 옵티머스G’를 계승한 새로운 시리즈의 2014년작 ‘G3’가 선전하며 자리를 잡자 이듬해 ‘G4’에서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한다.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금속 일체형 구조를 차용할 때 교체형 배터리를 지키기 위해 후면 가죽 커버라는 대안을 꾀한 것이다. 이는 오염되기 쉽다는 등의 문제로 판매 부진의 원인이 됐다. 당시 G4 판매량은 삼성 갤럭시 S6’130만대에 이를 때 30만대에 채 달하지 못했다.

이 시기 애플과 삼성은 대화면과 일체형 구조를 서로 벤치마킹 하며 간결함과 구동 안정성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반면 LG전자는 G 시리즈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전원 꺼짐, 무한 부팅 등을 해결하지 못해 소비자 불만을 더욱 키웠다. 화웨이, 샤오미 등 새로 시장에 진입한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도 악재였다.

결국 MC사업본부 실적은 20153분기 적자전환에 이른다. 이미 2분기 영업이익도 2억원 수준까지 떨어져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에 LG전자는 G 시리즈와 별도로 하반기 대화면 ‘V10’을 선보이며 투트랙전략을 구사했지만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공급처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발열 문제로 한 단계 아래 성능의 스냅드래곤 808’G4에 이어 채택해 자체 AP를 보유한 애플, 삼성과의 사양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LG전자는 ‘G5’를 내세워 삼성과 정면대결을 통한 반전에 나섰다. 처음으로 갤럭시 S7’과 같이 MWC 개막 전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시장에 데뷔한 G5는 모듈 분리형 구조라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교체형 배터리를 유지하면서 주변기기 확장성까지 선보인 것이다.

국내외 매체들로부터 혁신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G5의 모듈 기능은 결국 양날의 칼이 됐다.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도 모듈 결합부 단차 등으로 조립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함께 선보인 주변기기 프렌즈는 활용성 한계로 시장의 반향을 이끌지 못했다. G5 자체의 광각 촬영 듀얼 카메라’, 보조 디스플레이,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 등 많은 장점도 희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초창기 물리적 키보드부터 교체형 배터리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오히려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의 핵심 니즈에 집중하기 어렵게 했다고 평가했다.

한 소비자는 “LG 스마트폰은 특정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마케팅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여러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다가도 정작 구매 욕구를 당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욕심 버리고 소비자만 남긴 ‘G6’가전 DNA’ 받았나

올해 LG전자는 G6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먼저 모듈 등은 배제하고 시장 선호도가 높은 일체형을 택했으며 사용하기 편한 구조를 고민하는 등 스마트폰 자체 경쟁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찍이 애플이 초창기 아이폰에서 호평을 받았던 부분이다.

일체형 구조로 모듈과 교체형 배터리를 포기하는 대신 방수 기능과 조립 완성도, 디자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배터리는 자체 사용시간을 늘리고 무선·급속충전 등으로 보완하는 흐름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을 가로세로 9:18 비율로 바꾸기로 한 점도 인상적이다.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면서도 한 손에 쥐고 사용하기 편한 형태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인치당 픽셀수도 대폭 향상시켰다.

지난해 발화 문제로 조기 단종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을 인식해 방열 기능을 강화하고 엄격한 자체 테스트 기준을 마련한 것도 적절한 판단이자 유효한 마케팅 포인트로 평가된다.

지난 모델들의 장점도 차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G5부터 ‘V20’까지 적용한 듀얼 카메라와 자유도 높은 촬영·녹음 모드, 뱅앤올룹슨과 협업으로 오디오 마니아층까지 만족시킨 쿼드 DAC’ 오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LG전자의 변화는 소비자에 집중한 결과로 평가된다. 연례행사인 블로거 대상 간담회를 통해 더 많은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등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온라인에 공개한 이상적인 스마트폰에 원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도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주제로 담았다.

변화의 가능성은 지난해 V20에서부터 보였다. 멀티미디어 기능 중심의 대화면 라인업인 V 시리즈 최신작인 만큼 제품의 견고함과 오디오·비디오 성능만이 강조됐다.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자 비로소 “V20은 오디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LG전자 조직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인사에서 MC사업본부를 이끄는 조준호 사장을 포함해 각 사업본부장이 각자대표를 맡아 책임감을 강화하는 시도를 했다면 올해는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조성진 부회장 1인 체제로 전환했다. ‘LG 시그니처와 같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전사에 퍼뜨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임원인사 시점과 제품 개발 기간 등을 감안할 때 G6를 조성진 부회장의 작품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LG전자 TV, 생활가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던 경쟁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사용성 높은 형태의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G6는 화면 자체에만 집중한 시그니처 OLED TV’ 등을 연상케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LG전자 모바일 사업 실적이 난항을 겪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경험도 쌓였고 조직 정비도 마친 만큼 올해는 반전도 기대된다판매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 제품들도 향후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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