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식 취임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불확실성으로 고민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오후 12시 취임 선서와 함께 정식으로 4년간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당시 멕시코에서 생산된 수입품들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철저히 국익을 우선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행보에 자연스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자국 기업들에게마저 미국 내 생산과 투자를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멕시코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TV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며 LG전자는 미국향 TV와 생활가전 대부분이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현재까지는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멕시코산 제품이 관세로부터 자유롭지만 트럼프가 이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삼성‧LG전자는 이미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 전시회 ‘CES 2017’에서 언론을 상대로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미국 시장이 삼성전자에 중요한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른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공장 설립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검토를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수사 등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며 “(미국에서) 생산해도 어디까지 현지화를 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삼성과 LG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트럼프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모르는 데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도 비싼 인건비와 설비 등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전 시장은 이미 수요가 급격히 늘기 어려운 성숙 시장인 만큼 공장 증설 등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등 IT 제품에 대해서는 비관세 협정인 ITA가 유효한 데다 미국 기업들도 자국 내 생산량이 없어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스템LSI 생산 라인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등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 왔고 지난해 인수한 주방가전 업체 데이코의 현지 생산량 확대, 전장기업 하만 인수 추진 등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는 데 반해, LG전자는 미국 내 공장이 전무해 상대적으로 대책 마련에 시급한 입장이다. 이에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 미국 공장 설립과 관련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도 내부 사정은 녹록치 않다.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출국금지 조치도 유효해 거취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 설립을 비롯해 기업 인수합병 등 굵직한 투자‧경영 계획은 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에 외국계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이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지만 출국 불가능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결정권을 가진 당사자를 직접 만난다면 경영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은 미국 내 트럼프 정권이 압박을 가할 ‘1순위’ 기업으로도 꼽힌다. 보유한 미국 공장 등 협상 카드도 있지만 TV,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견제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의 정책에 신속하고 유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적잖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 이후 아마존 등 굵직한 미국 IT기업들은 자국 내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으며 대만 폭스콘에 생산을 맡겨온 애플까지도 생산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의장이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중국 알리바바까지 일자리 창출 동참을 약속하는 등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정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삼성과 LG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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