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더 킹, 작금의 권력에 직격탄… 정우성 검사 캐릭터 구축 아쉬움

[이호규의 영화토크] 더 킹, 작금의 권력에 직격탄… 정우성 검사 캐릭터 구축 아쉬움

기사승인 2017-01-23 10:46:30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영화 ‘더 킹’의 카피가 왜 이리 작금의 현실을 깊게 공감하게 만들까. 정말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지금 특검 조사 결과와 더불어 최근 국민이 깨달은 대한민국의 왕은 최순실이었다. 최순실과 더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김기춘, 우병우, 안종범 등 청와대 실세들이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현재 관객들이 주목하는 트렌드와 관심사를 잘 분석하고 타이밍에 맞게 개봉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더 킹’은 최순실 게이트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시골 태생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검찰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게 된다. 우병우 같이 시골에서 태어나 소년급제하고 검사하면서 라인을 잘타 청와대로 입성해 권력을 휘두른 것과 같이, 스토리텔링은 현실의 이야기와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더 킹’이 현재 흥행하는 이유는 관객들이 지니고 있는 정치에 대한 실망감, 부조리함, 사회적 불평등을 한편의 영화가 대신 긁어주며 리얼리티와 함께 이상적인 판타지를 그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70, 80, 90, 2000년대 등 30년 한국현대사와 정치 역사를 파노라마로 펼쳐놓고 진행되는 서사 전개방식은 리얼리티와 결합돼 영화에 주목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외향적으로는 권력의 옷을 입고 근엄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권력을 조롱하고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이슈와 다양한 정치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한재림 감독이 왜 한강식, 박태수 검사 역에 두 꽃미남 배우를 캐스팅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요즘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하드보일드, 느와르보다는 범죄 코믹드라마로 구성한 것과 영화 속에서의 안정된 미장센, 앵글 등은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도움을 준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강인한 인상을 줬던 조인성이 11년만에 컴백해 박태수 역을 맡았다. 그간 궁금했다. 왜 비열한 거리이후 영화에 나오지 않을까. 큰 키에 다져지지 않은 몸은 ‘비열한 거리’때나 ‘더 킹’때나 똑같았다. 조인성의 매력은 얼굴보다는 정확한 딕션이다. 거칠지 않은 정확한 딕션을 통해 안정된 대사 전달력을 추구한다.

‘더 킹’에서 식스팩으로 다져진 몸이었다면, 권력에 상처받은 검사 박태수를 창조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리얼함으로 당당하지만 안타까워 보이는 박태수로 분했다. 오히려 오버하지 않고 연기에 힘을 뺏기에 가능했다.

정우성의 연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무게 잡고 검찰 권력의 최정점에 위치한 한강식 역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정우성은 ‘더 킹’에서 멋있게 하려는 발성과 딕션보다는 표정연기로 승부했어야 한다. 많은 것을 손에 쥔 검찰 최고 권력자이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허점을 내포한 한강식을 연기했어야 했다. 정우성의 외모에 차디찬 카리스마와 멋있는 척은 노력 안해도 이미 외모에서 뿜어져 나온다.

최근 정우성 장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과 맞대는 장례식장 장면이다. 유리컵을 씹어 먹다 뱉는 장면과 죽음을 앞두고 박성배 시장에게 총을 쏜 뒤 씁쓸한 웃음을 짓고 생을 마감하는 얼굴에서는 슬픔과 공포, 안도와 후회를 한 컷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멋지거나 쿨한 것이 아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처절하게 무너지고 회한과 슬픔을 쏟아내는 정우성을 기대해본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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