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김종(56·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라(21)씨 같이 유망한 선수들을 위해 영재 프로그램을 잘 만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8회 변론기일에 출석해 “정씨에 대해 ‘공주 승마’ 논란이 불거지자 박 대통령이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우수한 선수인데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은 “대통령이 정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해서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국회 탄핵심판소추의원단 측이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안민석은 나쁜 국회의원’이라는 발언도 했나”라고 질문하자 김 전 차관은 “비슷한 발언을 했다”고 시인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정씨는 예로 든 것이고 방점은 스포츠 인재 육성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 부분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문체부의 비공개 문건을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은 “문건 한두 건을 최씨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3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가 대한체육회를 대신해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하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에게 최씨를 소개한 사람이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라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날 김 전 차관은 증인 신문 초반 최씨를 소개해 준 지인에 대해 “이름을 말할 수 없다”며 실명 거론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진성 헌법재판관의 “사생활은 증언을 거부할 사유가 못 된다”는 거듭된 추궁에 김 전 차관은 결국 입을 열었다. 하 교수는 한 남자 대학생을 섭외해 정씨의 이화여대 대리수강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이 명단을 김 전 비서실장에게 넘겼다”면서 “퇴임 한 달 전쯤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고영태씨에 대한 범죄경력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저희는 국회탄핵심판소추의원단과는 달리 갖고 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고씨의 검찰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재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강원일 주심 재판관은 “재판부는 이미 고씨의 범죄경력조회를 채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탄핵 심판과 관련된 소명이 있다면 모르지만 개인의 일반적인 전과 경력을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오후 4시부터는 이승철(58) 전경련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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