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효자 산업’으로 꼽혀온 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 53조3300억원원,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24일 발표했다. 이 중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의 약 53%에 해당하는 4조9500억원을 벌어들이고 14조8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 조기 단종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평가다.
오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1조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코스피 시가총액 1위, 2위 기업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7.2% 늘어 3641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의 호실적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한다.
지난해 상반기 잠시 주춤하던 반도체는 하반기부터 가격을 회복하며 관련 업계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지속적 발전, 서버용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확대, IoT(사물인터넷)·자동차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경쟁력 강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삼성, 메모리 ‘1위’에 차량용 반도체까지…중장기 의사결정 관건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 매출 1위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46%, 낸드에서 36%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 등을 앞세워 비(非)메모리 분야 시스템LSI에서도 퀄컴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사업은 고용량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D램 공급, 고용량 48단 V-낸드 SSD 공급 확대로 전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시스템LSI 사업은 중저가 모바일 AP 수요와 10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시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했다.
올해는 메모리에서 10나노급 D램, 64단 V낸드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시스템LSI에서 14나노 기반 자동차·웨어러블·IoT 등 제품 다변화와 이미지센서·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제품 공급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전통적 강세인 D램은 삼성전자 외에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 등이 전체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IT 기기의 진화와 다양화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사는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견조한 수익성이 유지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낸드플래시는 생산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흥과 중국 시안 공장에 더해 올해 중순부터 평택 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의 정확한 생산 가능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에서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의 대외적 여건이 좋은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중장기 투자 등 의사결정에 제한이 있는 부분은 걸림돌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2~3년 전부터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뤄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년 후에는 현재 시점의 투자 등이 시장 위치에 반영될 것이라고는 해석도 가능하다.
◇ SK, 반도체 소재 생태계 강화…낸드 경쟁력도
SK하이닉스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메모리 분야 시설 투자로 모바일용 D램,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23일 SK그룹은 LG그룹의 반도체 재료 실리콘 웨이퍼 제조 계열사 LG실트론 보유 지분(51%) 전량을 6200억원에 매수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머티리얼, SK에어가스에 이어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소재 생태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LG실트론 선호도를 감안하면 향후 SK하이닉스의 사업 확장이 유리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기술 중심 회사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기존 20나노급 제품 대비 원가절감 효과가 큰 10나노급 D램을 올해 2분기 중 양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모바일·서버 D램 분야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8GB LPDDR4X(저전력 DDR4X) 모바일 D램을 출시하며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모바일 외에도 울트라북,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제품을 확대 전개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4위로 D램에 비해 약세인 낸드플래시에서는 14나노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 중이며 3D낸드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36단 제품 양산에 이어 48단 제품을 양산에 들어가 선두 추격에 나섰다. 올해 안에는 72단 제품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도 이뤄진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오는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건물과 클린룸을 증설한다. 기존 2008년 준공한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과 이천 3D낸드플래시 양산 설비에 더해 생산력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D램 생산력도 보강한다. 중국 우시에 위치한 기존 D램 공장에 오는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9500억원을 투입해 클린룸 확장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D램 시장에서의 위치도 지켜내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가격 등 전반적 시장 상황이 좋다. 지난해 하반기 다시 성장세가 높아져 올해까지 전망이 낙관적”이라며 “SSD 등 낸드플래시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시장 위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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