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여자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온갖 고급 브랜드를 섭렵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언뜻 보면 화려해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쌍둥이 오빠 루이스가 파리에서 죽은 이후로 자신의 절반을 잃은 듯한 상실감에 빠져 있으며, 자신이 쇼핑해오는 모든 물건은 클라이언트인 키라의 것이라 손도 댈 수 없다.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 또한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것은 아니다. 퍼스널 쇼퍼인 한편 영매 노릇을 하는 모린은 자신이 모르는 존재들과 대화하며 자신이 모르고 있던 어떤 열망을 느낀다.
흔히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린다.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펼쳐내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자칫 산만해지기 쉽고, 자연스레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가변적이고, 대부분의 ‘진짜 사람’들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명랑하되 시니컬하고, 침착하지만 혼란스럽다. 영화 ‘퍼스널 쇼퍼’(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속 모린 또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차분하게 자신이 할 일을 수행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폭풍같은 비극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에서 어떤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모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취급하는 물건들에 욕망을 느낀다. 예쁘고 고급스러운 것을 갖고 싶은 단순함이 아니라, 손대서는 안 되는 것에 마침내 손을 대버리는 금기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과 교차하는 유령들의 존재는 모린에게 돌발 행동을 하게 만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로 기억되는 할리우드 배우다. 그러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퍼스널 쇼퍼’로 자신이 왜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쌍둥이 오빠 루이스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허공에 질문하는 원 테이크(One-Take) 장면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의 연기력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붙잡아둔다. 약 15분간 문자메시지로만 가득 채웠지만 절묘한 리듬감으로 짜릿한 스릴을 주는 시퀀스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연출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다.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5세가. 다음달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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