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액션·스릴러 영화의 유구한 공통점은 위기 속 주인공들은 항상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상황을 헤쳐 나간다는 것이다.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의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얼핏 보기엔 별다른 능력을 가지지 못한 백수건달이다. 과거 국가대표 운동선수로 활약했으나 탈락 이후 줄곧 PC방에서 게임만 해온 권유는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사회부적응자지만 게임 속에서는 상황판단력과 실력, 운과 팀 동료에 대한 의리까지 두루 갖춘 누구보다 뛰어난 리더다.
그러던 어느 날 권유는 PC방 옆자리에 놓인 주인 잃은 휴대전화를 줍는다. 휴대전화의 주인은 자신이 모텔에 있다며 돌려주면 사례금 30만원을 주겠다고 말한다. 백수인 권유에게 30만원은 큰 금액이다. 모텔에 들어선 권유는 상황이 영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휴대전화 주인은 기어코 찾아주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자신이 모텔에서 일어난 미성년자 강간·살인사건의 범인이 돼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작된 도시’는 영화라기보다는 만화적인 상상력의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구현한 것에 가깝다. 일본 만화나 장르 소설 등지에서 주로 전개되는 ‘은둔형 외톨이’의 정신적·육체적 성장, 좌절과 더불어 동료애를 더해 장애물을 넘어가는 식이다. 아무 능력이 없지만 동료를 아끼는 마음만은 가진 권유, 그에게 감명 받은 게임 속 파티 ‘팀 레주렉션’의 동료 털보(심은경), 데몰리션(안재홍) 등이 힘을 합쳐 권유의 누명을 벗기려 노력하는 동시에 권유에게 누명을 씌운 미지의 악당을 모두 함께 상대하는 것이다.
‘조작된 도시’의 악당 또한 만화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아쉬운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권유에게 린치를 가하는 마덕수(김상호)는 게임으로 비유하면 ‘중간보스’일 뿐이다. 이 영화의 ‘최종보스’는 살아가기 위해 악역이 되었다기보다는 악역이기 위해 태어난 인물로, 보는 시각에 따라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느끼게도, 혹은 평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태어난 주인공 권유가 끝내는 ‘먼치킨’(게임·애니메이션 등지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일컫는 용어)이 돼버리는 모습 또한 쾌감과 아쉬움 두 가지를 동시에 안긴다.
영화의 백미가 돼야 할 카 체이싱 액션의 경우 지나친 만화적 CG 때문에 몰입이 어렵다. 차라리 초반의 교도소 장면이 넘치는 흡입력으로 더 큰 오락적 재미를 제공하는 편이다. ‘세상을 뒤집는 것은 항상 의외의 인물들’이라는 영화의 카피는 너무나 솔직하기에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배우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 특히 오정세의 섬세한 연기는 분투에 가깝다. 15세가. 다음달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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