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입관 가지고 딴지 걸어”…편견에 맞선 장애인 바리스타

[기획] “선입관 가지고 딴지 걸어”…편견에 맞선 장애인 바리스타

기사승인 2017-02-05 00:12:11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이 사람들 커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거 맞아요?”

경기 광명시청 종합민원실에 위치한 ‘보나카페’ 1호점. 커피를 다시 만들어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잦은 이곳의 바리스타는 지적 장애인들이다.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선 손님들, 엉망이 된 주문 순서, 따가운 시선까지 당황스러운 상황에도 바리스타들은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낸다.

보나카페는 지난 2012년 광명시청과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이 위탁 계약을 체결하며 개설됐다. 현재 광명시 내 총 6개 지점에서 18명의 지적장애 청년들이 근무 중이다. 그중에서도 1호점은 특히 고객의 불만이 많은 편에 속해 비장애인이 함께 일한다.

보나카페에서 일하는 비장애인 김미화(여·48)씨는 “친구들의 미숙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상급 재료를 사용한다. 그런데도 커피가 맛없다며 딴지를 거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일반 카페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항의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몇몇 손님은 계산대 앞에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본다. 대개 그런 사람들이 컴플레인을 걸더라”면서 장애인에 대한 선입관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만을 가진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가장 오랜 경력의 장애 청년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카페에서 3년 넘게 일했다는 문종현(35)씨는 “커피 만드는 일이 즐거워 우선순위를 매기지 못할 정도”라면서도 “손님이 화내거나, 커피가 맛없다고 할 때는 (응대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장애 청년들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업무에 임했다. 커피 만드는 일의 즐거움이 고객 응대의 어려움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청년 장애인 김신예(여·24)씨는 “연습하다 손을 덴 적도 있다. 그래도 일이 너무 하고 싶어 근무를 자처했다”며 “동생에게 기계를 선물 받아 집에서도 커피를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장애 청년들은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커피 제조법, 카페 운영방식, 손님 응대 방법 등의 교육을 받은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다. 일반인은 최대 반년이면 끝날 교육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2년여의 기간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계 조작 순서를 암기하는 것조차 지적장애인들에게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수히 반복해야 겨우 외울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준비한 뒤에야 현장에 투입된다.

장애 청년의 카페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손님 오모(여·58)씨는 “(장애인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일하는 것 아니겠나. 이런 곳이 많아져야 장애인들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가격도 저렴한 데다 직원들이 밝고 친절해 자주 찾는다”고 평가했다.

처음 보나카페를 찾았다는 백모(여‧28)씨는 “여권 발급을 위해 시청에 왔다가 우연히 (카페에) 들렀다. 점원들이 능숙하게 일해 처음엔 장애인인 줄 몰랐다”며 “나중에 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시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다는 전홍재(25)씨는 “함께 일했던 시청 직원들은 모두 보나카페를 이용했다”며 “맛도 타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다를 바 없었다고 전했다.

장애 청년들에게 카페는 또 다른 훈련장이다.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과 별개로 연습은 계속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타 지점으로 근무지도 옮긴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일반 카페 채용이 그들의 최종 목표지만 아직 선례는 없다.

다른 카페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문씨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래도 (일반 카페에서 일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답했다.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 보나카페 담당자 최가해(여·29)씨는 “지적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구조”라며 “(장애 청년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적장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나중에 친구들의 장애 사실을 알게 된 손님이 ‘장애인도 바리스타를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