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가 출시 수일 만에 모바일게임 부문 매출 2위를 달성하는 등 흥행가도를 이어가자 페이크 GSP와 같이 편법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급증하고 있다.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약관에서 데이터 조작 등에 관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해외로 출국한 유저가 계정정지를 당했다는 제보가 속출하는데다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는 경험담이 게임 커뮤니티 상에 널리 퍼지고 있어 제재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포켓몬 고는 이동통신망이나 GPS 등을 통해 얻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포켓몬을 수집, 강화하는 모바일게임이다. 지난 24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
포켓몬 고는 게임의 특성상 직접 거리로 나가야 하지만, GPS조작 어플을 이용하면 방 안에서도 쉽게 아이템을 수집하고, 고급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이동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다만 보유중인 기기를 탈옥폰(루팅)으로 변경해야 한다.
나이언틱은 이용 약관을 통해 GPS 임의조정 등 데이터 조작 및 송신을 엄격히 규제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복수의 유저들은 GPS 조작이 소프트밴 수준에 그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일부는 ‘단속에 걸리지 않는 GPS 사용법’을 올리며 “안 쓰면 손해”라고 조롱했다.
서울 거주자라는 한 커뮤니티 유저는 “지난해 중순부터 GPS 조작으로 속초에 머물고 있지만 한 번도 제재 받지 않았다”면서 ‘순간적인 GPS 이동’만 경계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유저는 “자동차 속도 정도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걸릴 일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저는 “나이언틱이 일부러 단속을 말랑하게 하고 있다”면서 “국내 MMORPG에서 중국 작업장이 제재 받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왔다가 제재를 받았다는 한 유저는 “단속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엉망이라는 사실”이라고 일갈했다.
업계는 GPS를 조작하는 앱이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바탕에 두고 있는 게임인 탓에 해당 앱을 활용해 쉽게 최고급 포켓몬을 잡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정식 발매 1일차부터 전국 대부분 체육관들이 망나뇽, 잠만보, 갸라도스 등 최고급 포켓몬으로 도배된 상황에서 높은 벽을 실감한 유저들은 부득불 불법 프로그램에 손을 뻗게 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불법 프로그램은 게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재미를 반감시킨다”면서 “그저 귀여운 포켓몬을 잡는 게 좋은 유저들도 많지만, 정직하게 경쟁을 벌이고 싶어하는 준하드 유저들에게 데이터 조작 프로그램은 맥이 빠지는 요소다. 장기적 안목에서 확실한 단속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언틱 국내 대행사측은 “해외 본사에 GPS 조작 등에 관한 단속 기준을 문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dne@kukinews.com